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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서청원…與 권력 지도 요동

입력 | 2013-11-08 14:57:00

‘원조 친박’ 여의도 입성 당청관계 변화 바람 몰고 올 듯




10·30 재·보궐선거 결과 당선이 확정된 경기 화성갑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10월 30일 화성시 봉담읍 선거사무실에서 환호하고 있다.


서청원이 돌아왔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10·30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압승해 국회로 금의환향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7선(選)의 거물급 ‘원조 친박(친박근혜)’이 입성하면 당장 새누리당 내 세력 판도가 재편되고, 당권 경쟁구도 또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인사 대부분이 서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보수진영 원로들이어서 수직적 당청관계의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서 의원은 자타 공인 ‘친박 중 친박’ 인사. 언론인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르던 상도동 출신이지만, 1998년 4월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의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도왔고,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대선) 경선에선 친박 진영 고문을 맡아 박 대통령을 지원했다. 선거 이후 친박계가 대거 숙청당하자 박 대통령 호위군단을 자처하며 친박연대를 만들어 18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공천 과정에서 ‘박심(朴心)은 서청원’이라는 말이 돌았고, 그의 선거사무실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물론 정몽준, 김무성, 이완구, 이인제, 남경필 의원 등 중진이 대거 출동해 지원에 나섰다.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든든한 우군”

먼저 서 의원의 입성으로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공고해지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집권 초기 청와대를 뒷받침할 수 있고,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으로 여야를 아우를 수 있어 당청관계와 대야(對野) 전선이 다소 부드러워지리란 관측이 많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여야 대치가 장기화한 최근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하고 꼬인 민생입법과 연말 예산안 처리 같은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7선의 무게감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라 그동안 청와대로 쏠린 힘이 서 의원을 축으로 한 당으로 일부 옮겨올 공산도 크다. 새누리당 한 친박계 의원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눈빛만 봐도 안다’는 서 의원이 당내 불만세력을 누르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줄 우군이 되길 기대할 것이다. 서 의원은 당내 지분을 바탕으로 차기 대선후보들의 킹메이커 구실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막아줄 최고 적임자이기도 하다.”

서 의원도 “대통령 뜻을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 지원군이 되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라며 자신의 임무를 분명히 했다.

당내 역학구도는 복잡해졌다. 먼저 서 의원의 컴백으로 당대표와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그의 출마를 두고 ‘김무성 견제카드’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았고, 김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일부 소장파 의원은 비리 전력을 이유로 서 의원 공천 반대를 주장한 만큼 서 의원 출현 자체만으로도 김 의원의 존재감이 희석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 의원의 정치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기 당권구도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직전(5월) 열리는 전당대회(전대)에서 서 의원이 당대표는 물론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특정 인사를 지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당을 접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이미 당대표를 해본 만큼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서 의원 자신도 정몽준 의원과 함께 최다선인 만큼 당대표와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특히 내년 전대에서 선출될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를 뒷받침하고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서 의원 자신이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박 대통령 처지에선 탈박 후 복박한 김무성 의원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대통령을 지킨 서 의원을 보는 눈이 다르지 않겠나. 국회선진화법으로 민생 법안과 예산안 등에서 야권의 협조가 필수인 만큼, 야권과 원만한 관계인 서 의원의 활약을 기대하는 건 사실이다.”

“꼬인 정국 해법 찾기 나설 것”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 행사에서 서청원 선대위 고문(오른쪽), 김용환 고문 등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벌써부터 의원들의 줄서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서 의원의 ‘그늘’에 들려는 의원이 부쩍 늘었다. ‘당대표에 출마하라’고 부추기는 의원도 많고 서·김 의원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지 촉각을 세우는 의원도 많다. 내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에 나서는 의원이나 차기 대권후보 역시 이미 선거 지원을 통해 눈도장을 찍었다. 다들 사심(私心)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껄끄러운 김 의원과 서 의원의 충성경쟁을 유도하거나, 조기 당권 경쟁을 벌일 경우 서 의원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김 의원의 힘을 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 의원이 당대표를 하면 어차피 20대 총선 공천에서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만큼 차라리 국회의장이 돼 ‘리모컨 정치’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 명예롭게 정치 은퇴를 할 수 있다. 강창희 의장과 달리 서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당내 지분이 많아 충분히 자기 뜻대로 당을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 의원으로선 서 의원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힘의 충돌’을 연출하기보다 당대표와 국회의장 도전을 서로 협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도동계에서 시작해 김영삼 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내무부 차관을 지낸 김 의원과 정무장관과 원내총무를 지낸 서 의원의 친분도 두텁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박심(朴心)과 권력의 속성을 고려하면 경쟁과 충돌은 불가피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서 의원의 컴백이 단기적으론 당내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불법 대선자금과 공천헌금 수수로 두 번 실형을 받은 만큼 당대표 등으로 적극 정치일선에 나설 경우 자칫 역풍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 김남수 한백리서치 대표의 설명이다.

“서 의원은 과거 정치를 한 이른바 ‘올드 보이’인 만큼 운신의 폭이 좁고 새로운 권력도 아니다. 박 대통령에게 단기적으로 방어막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박 대통령에게 힘이 있을 때 얘기다. 자칫 당대표에 나섰다가 구시대 인물 반대 논리에 막히면 힘이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서 의원의 핵심 측근은 “이제 국회에 입성한 만큼 여야 의원을 두루 만나면서 꼬인 정국의 해법을 찾을 것이다. 당권 도전은 너무 앞서나갔다”며 “당내 분위기와 의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런 상황이 오면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서 의원이 나서서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행보에 따라 여권 권력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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