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생산 20만대로 2배 늘린 현대車 터키공장 가보니
7일(현지 시간) 터키의 공업도시 이즈미트의 현대자동차 터키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신형 ‘i10’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용접 공정에선 147대의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균 연령 29세의 현지 직원들은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유럽 시장 전략모델인 신형 ‘i10’과 ‘i20’을 조립하느라 바빴다. 한 라인에서 두 모델이 번갈아가며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9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 최초의 해외 공장인 터키 공장은 올해 4월 4억7000만 유로(약 6900억 원)를 들여 설비를 현대화하고 생산 규모를 연 10만 대에서 20만 대로 늘렸다.
지난달 말 유럽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유럽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했지만 이젠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공장 설립 등 양적 팽창보다는 유연한 생산능력 확보와 품질관리 시스템 향상 등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터키 공장 증설도 이 같은 전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2300t 규모의 프레스 설비를 새로 들여놨고 차체 용접 로봇을 늘려 용접 자동화율을 기존 65%에서 100%로 끌어올렸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차종별로 운영하던 의장 라인을 통합해 생산 유연성도 높였다.
터키 공장은 이번 증설로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터키 공장에서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된 총 시간(HPV)은 27.3시간으로 미국(14.4시간), 체코(15.8시간) 공장보다 많았다. 진병진 공장장(이사)은 “내년에는 HPV를 15시간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공장은 2010년 i20을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신형 i10 양산에 들어가면서 체코 노쇼비체 공장과 함께 현대차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9월 말 터키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처음 생산된 신형 i10을 탑승해 본 뒤 “경쟁모델인 폴크스바겐 ‘UP’보다 상품성이나 성능이 좋다”며 만족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공장은 편성효율(차량 생산을 위한 적정 인원÷실제 투입 인원×100)이 92.2%로 57.7%인 국내 공장보다 높다. 그만큼 적은 인원으로 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 터키 공장 관계자는 “이곳은 노조도 없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도 강해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며 “현대차의 다른 해외 공장들도 편성효율이 90%를 넘는데 국내 공장만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터키 공장은 내년 4월부터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체계도 바꾼다. 공장 증설과 함께 한 라인에서 2종 이상의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생산도 이미 도입했다. 양동걸 터키 공장 경영지원실장(이사)은 “직원들이 혼류생산에 큰 거부감이 없다”며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3교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반대 없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 공장 근로자들은 국내 공장 근로자들에 비해 창의성은 좀 뒤지지만 근로의욕이 굉장히 높다”며 “잔업이나 특근 역시 큰 불만 없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즈미트=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