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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태풍 하이옌에 우는 필리핀이여, 다시 일어서라

입력 | 2013-11-11 03:00:00


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은 거칠고 잔인했다. 하루 사이에 공항 도로 항구 같은 삶과 문명의 흔적을 거의 깡그리 지워버렸다. 무너진 집들의 잔해와 뿌리 뽑힌 나무들이 뒤죽박죽이 된 도시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됐다. 폐허 속에 시신들이 흩어져 있고 거리에는 가족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절망만이 가득하다.

미국 해군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이번 태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시속 378km로, 관측 사상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직격탄을 맞은 레이테 섬의 주도(州都) 타클로반과 사마르 섬에서만 10일 현재 최소 1만2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통신 마비로 인해 정확한 피해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지만 필리핀 당국은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를 둘러본 유엔 관계자 역시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 참사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가 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태풍과 함께 강력한 폭풍해일이 덮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의 도로 곳곳이 끊겨나가 구조와 구호활동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불가항력적 자연재해 앞에서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미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필리핀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1949년 국교를 맺은 한국과 필리핀은 ‘피를 나눈 형제국’이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지상군을 파견했다. 그때 참전한 7420명 중 112명이 이 땅에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필리핀은 1960년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가는 부강한 나라였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54달러로 당시 79달러였던 한국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1억2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지금은 우리가 원조하는 상황이 됐다. 힘들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우리를 도와준 우방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라도 피해 지역의 구호활동과 복구작업에 정성껏 힘을 보태야 한다.

가족과 집을 잃고 망연자실한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인류 전체의 당연한 도덕적 책무다. 자연이 몰고 온 불의의 재앙 앞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필리핀이 신속한 복구와 재건을 통해 난관을 이겨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