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희숙 작가 아들이 최근 출간당초 신문연재물로 집필했지만 “여자는 창부기질” 발언으로 무산
소명출판은 최근 소설가 최희숙(1938∼2001·사진)의 장편소설 ‘창부(娼婦)의 이력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창부 같은 위선적 삶을 사는 여성 지우와 이를 바라보는 여대생 경아의 사랑과 연애를 그린 작품. 원래 이 작품은 1965년 1월 국내의 한 신문에 연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연재에 앞서 “여자는 모두 창부 기질을 가졌고, 거기에 놀아나는 사내들은 얼간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여성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결국 1회분도 실리지 못했다. 당시의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작품에 대한 검토나 토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연재 자체가 무산된 것.
당대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 작가는 이후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1978년까지 작품 활동을 일절 하지 않다가 ‘여자의 방’(1979년) ‘빈잔의 축제’(1980년) ‘반행’(1985년)을 발표했다. 작가의 별세 이후 아들 김 씨가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를 보고 손수 타자를 쳐 문서파일로 만들면서 소설은 신문 연재 무산 48년 만에 원제 그대로 출간될 수 있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