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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리스타트 잡페어]딸 손잡고 온 40대주부 “OO엄마 아닌 내이름 찾고 싶어요”

입력 | 2013-11-11 03:00:00

재취업 꿈 찾아나선 구직자 행렬




‘2013 리스타트 잡페어 다시 일터로’ 행사장에 배치된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의 ‘일자리 부르릉 버스’를 찾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10일 직업 및 진로설계와 관련해 일대일 상담을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아이 손을 잡고 당당하게 면접을 볼 수 있는 취업박람회가 여기 말고 또 있겠어요?”

네 살된 아들을 데리고 서울 광화문광장의 ‘리스타트 잡페어 다시 일터로’ 행사장을 찾은 양가영 씨(32·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9일 다시 직장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2009년 한 제과업체 식품연구소를 퇴사한 지 4년 반 만의 일이다. 양 씨는 이날 오전 프랜차이즈업체 놀부NBG의 부스를 찾아 상담과 면접을 진행했고, 놀부NBG 측은 “이렇게 우수한 인력을 놓칠 수 없다”며 곧바로 양 씨를 가맹점을 관리하는 ‘주부 매니저’로 채용하기로 했다.

양 씨는 “리스타트 잡페어 덕에 아이 스케줄에 맞출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구했다. 경력직원으로서의 능력과 주부의 감각을 동시에 발휘해 열심히 일할 각오가 돼 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9, 10일 이틀간 양 씨처럼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 구직자들이 행사장에 줄을 이었다. 9일 오후 두 딸과 함께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던 주부 김혜영 씨(43·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8년 동안 ‘누구누구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이젠 다시 취업해서 내 이름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두 딸의 엄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만, 전문성을 살린 사회인으로서 다시 인정받고 싶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행사장을 찾은 박모 씨(55·여)는 최근까지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박 씨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하다 2008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런 그가 7년 만에 다시 직장을 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작년부터 재취업을 위해 여러 군데 알아봤지만 50대 중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박 씨가 리스타트 잡페어를 찾은 것은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동아일보 애독자인 남편이 우연히 신문을 보고 “두 아들이 곧 취직하고 결혼해 집을 떠나면 당신도 허전하지 않겠느냐”며 “예전 경력을 살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라”고 권한 것이다. 이날 박 씨는 ‘찰흙 공예 지도자 자격증’ ‘피부 미용사 자격증’ 등 주로 자격증 취득과 관련한 교육정보관 부스들을 찾았다. 박 씨는 “비가 오고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도 잡페어가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하나은행 부스를 찾은 김모 씨(51·여)는 “채널A 뉴스에서 행사안내 광고를 보고 왔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취업 상담을 위해 이력서, 증명사진 등을 꼼꼼히 챙겨 왔다. 김 씨는 20년 전 은행에 취업해 12년을 일한 뒤 퇴사했다. 집안일과 회사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로운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손에 익은 은행 일에 비해 대리점 일은 만만치 않았고 매출도 들쭉날쭉했다.

김 씨는 이날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등 은행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집중적으로 상담을 받았다. 은행원이던 이전 경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김 씨는 “이전에도 은행에 파트타임 직원이 있었지만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에 가까웠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정년도 보장되고 채용에 연령 제한도 없어 더 좋은 일자리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날 CJ그룹이 진행하는 ‘리턴십(직장 복귀) 프로그램’ 안내 부스를 찾은 태순자 씨(65·여)는 “빨리 다시 일을 하고 싶어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태 씨는 이미 한 차례 ‘리스타트’한 경험이 있다. 태 씨는 올해 초부터 약 7개월 동안 CJ CGV에서 ‘도움지기(시니어 재취업자)’로 일했다. 태 씨는 영화관에서 관객의 입·퇴장을 돕거나 좌석을 청소했다.

9월에 지루하다는 이유로 이 일을 그만뒀지만 후회막급이었다. 태 씨는 “조금 쉬어 보니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채용 업체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꼭 다시 일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백연상·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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