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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에게 손 내미는 미래의 발명왕들

입력 | 2013-11-11 03:00:00

시각장애인용 안내 로봇 - 청각장애인용 보행 안경 - 머리감기 장치…
전국학생설계경진대회 시상




제3회 전국 학생설계 경진대회 고등학교부 대상 수상작인  ‘교통 약자를 위한 보행 안내 로봇’ 을 만든 학생들.  왼쪽부터 황태주 전세현(한동글로벌학교) 김예은(초당고) 김명훈(충암고). 대한기계학회 제공

“저희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셔서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할아버지가 컵을 들고 움직이시다 떨어뜨려 다치실까봐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설계는 할아버지의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동글로벌학교 11학년(고등학교 2학년 과정) 학생인 황태주 군이 ‘교통 약자를 위한 보행 안내로봇’을 설계하게 된 동기다.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안내견 한 마리,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로봇을 만들었다. 안내로봇에는 횡단보도에서 정확하게 멈추는 기능,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로의 점자블록을 정확하게 따라가는 기능 등이 장착됐다. 이 작품은 9일 열린 제3회 전국 학생설계 경진대회에서 대상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았다.

제3회 전국 학생설계 경진대회 시상식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대한기계학회가 주관하고 동아일보사와 미래창조과학부, 경암교육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올해 경진대회는 ‘따뜻한 기술의 개발’을 주제로 삼았으며 고등학교부와 대학부로 나뉘어 열렸다. 지난해까지 대학생만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부터 고등학생으로 확대됐다. 올해 고등학교부는 ‘신체적 약자를 위한 기계장치 설계’, 대학부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기계시스템 설계’가 과제로 주어졌다.

박찬일 대한기계학회 교육부문 회장(강릉원주대 교수)은 “학생설계 경진대회는 기계공학이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연구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면서 “특히 10대의 고등학생들이 기계공학에 관심을 갖고 신체적 약자와 접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작품들은 ‘청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한 안전 안경’ ‘신체적 약자를 위한 머리감기 장치’ 등 장애인과 노약자가 편리하게 생활하는 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의도가 눈에 띄었다.

최종 본선에 오른 30개 팀(고등학교부 15팀, 대학부 15팀) 가운데 심사를 통해 수상작이 결정됐다. 고등학교부 대상에는 ‘교통 약자를 위한 보행 안내로봇’(황태주 군 등 4명), 대학부 대상은 ‘녹색 이앙기’(최경훈 한남대 기계공학과 4학년 등 3명)가 선정됐다. 최경훈 씨는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는 대개 수작업으로 모내기를 하는데, 이런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경제적이고도 친환경적인 이앙기를 설계했다”면서 “이 이앙기가 상용화돼 개도국들을 돕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건우 대한기계학회 회장은 “우리 사회는 따뜻한 기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연구와 투자는 미비한 편”이라면서 “이 대회를 통해 따뜻한 기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다양한 기술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