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우선 이 씨는 ‘압류’라는 매우 개인적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험을 골랐다. 그가 가입한 즉시연금보험은 소비자가 목돈을 일시에 보험사에 맡기면 공시이율(현재 연 3.75%)에 따라 이자를 산정해 매달 일정액(원금+이자)을 연금 형태로 주는 상품이다. 이 씨는 30억 원을 넣고 매달 1200만 원을 보험사에서 받았다. 만약 30억 원을 개인금고에 넣거나 펀드에 투자했다면? 재산을 은닉하거나 돈을 불리려는 의도가 부각돼 즉각 국고로 환수됐을 것이다. 실제로 7월 일단 검찰이 보험을 압류했지만 ‘생계 유지에 필요한 돈’이라고 이 씨가 탄원한 결과 자진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입이 없는 노부부의 생활비라는 논리를 펴기에 연금보험만 한 게 없다.
보험상품의 매력은 ‘위험’에 대한 보장이다. 보험에 들 때 중요한 것은 이 씨처럼 내가 혹여 빠질 수 있는 인생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 간암으로 죽은 사람이 있어 실손의료보험(상해나 질병 치료를 위해 의료비의 90%까지 보상)에 가입한다고 치자. 이 경우 보통 “간암 진단금이 나오나”라고 묻지만 너무 일반적인 질문이다. 상당수 실손보험이 암 진단금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순자 보험’에서 배울 또 다른 하나는 ‘곧 사라질 기회’를 재빨리 붙잡았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가 가입한 즉시연금보험은 이자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비과세하는데 이 혜택이 올해 2월부터 종료됐다. 이 씨는 지난해 말 이 소식을 듣고 빠른 결정을 내렸다고 보인다.
하지만 대개의 소비자들은 그와는 반대로 행동한다. 즉, 특별히 유리한 상품이 조만간 없어진다고 하면 해당 상품을 서둘러 팔려는 절판 마케팅이라고 치부하거나 ‘다른 기회가 또 있겠지’ 하면서 가입을 미룬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혜택을 없애거나 보험사가 어떤 상품을 폐지하려 할 때는 ‘그동안 과도한 지원을 해서 손실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조만간 없어지는 금융상품’은 소비자로선 ‘과도한 지원’을 받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일례로 2009년 9월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팔면서 치료비의 100%를 보장해주는 당시 혜택이 곧 90% 보장으로 축소되니 빨리 100%보장 실손보험에 가입하라고 홍보했다. 이때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일자 거부감을 느낀 많은 중년이 100% 보장 실손보험을 놓쳤다.
‘이순자 보험’에서 배울 또 하나는 길고 멀리 봤다는 것이다. 즉시연금보험에는 이자만 받다가 사망 시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형, 일정 기간(보통 20년) 높은 이자율의 연금을 받다가 보장기간이 종료되는 확정형, 죽을 때까지 낮은 이자율의 연금을 받는 종신형이 있다. 이 중 이 씨는 종신형을 골랐다. 이는 자신이 오래 살 정도로 건강한 삶을 이어가리라는 ‘예측’을 해 살아 있는 동안 고정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연금보험뿐 아니라 모든 보장성 보험에 들 때는 이처럼 길고 멀리 봐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의 보장 기간이 길수록 좋다. 따라서 가급적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암 발병은 50세 이후부터 시작해 80대 중반에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100세 시대를 내다보는 요즘 80세까지만 보험금을 주는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암에 걸렸을 때 보장 받지 못할 위험도가 너무 높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