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이사
이는 요즈음 학생들이 남침이나 북침의 의미를 어른들과는 다르게 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질문을 해서 생긴 해프닝이라 여겨진다. 실제 R&R에서 2년 전 ‘6·25전쟁은 누가 일으켰다고 알고 있나요?’ 하고 중고등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64%가 북한이라고 응답한 적이 있어 앞의 조사가 질문을 잘못한 실수였음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회사가 ‘전·현직 대통령 5명’을 상대로 호감도 조사를 실시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이 34.3%로 1위, 박정희 전 대통령이 26.1%로 2위, 박근혜 대통령이 18.5%로 3위(이하 생략)’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는 몇몇 인터넷 신문과 일간지 인터넷판에도 보도됐고 지금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나는 이 조사 결과는 ‘응답지’를 잘못 설계하여 생긴 부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여론조사 질문에 대한 응답지는 응답자가 대답할 수 있는 응답지를 다 포함해야 하는 ‘집합적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본조사에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4명만 포함하고 이승만, 윤보선, 김영삼,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등 다른 6명의 대통령은 포함하지 않았다. 조사자가 어떤 기준으로 전직 대통령 4명만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이들 외 전직 대통령들에게 호감을 가진 응답자들은 애당초 선택을 할 수 없어 자신의 호감을 표현할 기회를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는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게 되고 더 나쁜 것은 이런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돼 많은 이에게 잘못된 지식으로 인용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생산하도록 여론조사기관이 먼저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지만 정보 유통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은 옥석을 잘 구별하여 고품질의 여론조사만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