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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규형]前現 대통령 인기조사의 오류

입력 | 2013-11-11 03:00:00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이사

몇 달 전 모 일간지에서 한 입시전문업체가 중고등학교 학생들 500여 명에게 ‘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라고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69%의 학생이 ‘북침’이라고 대답했다는 결과를 보도해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는 요즈음 학생들이 남침이나 북침의 의미를 어른들과는 다르게 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질문을 해서 생긴 해프닝이라 여겨진다. 실제 R&R에서 2년 전 ‘6·25전쟁은 누가 일으켰다고 알고 있나요?’ 하고 중고등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64%가 북한이라고 응답한 적이 있어 앞의 조사가 질문을 잘못한 실수였음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회사가 ‘전·현직 대통령 5명’을 상대로 호감도 조사를 실시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이 34.3%로 1위, 박정희 전 대통령이 26.1%로 2위, 박근혜 대통령이 18.5%로 3위(이하 생략)’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는 몇몇 인터넷 신문과 일간지 인터넷판에도 보도됐고 지금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나는 이 조사 결과는 ‘응답지’를 잘못 설계하여 생긴 부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여론조사 질문에 대한 응답지는 응답자가 대답할 수 있는 응답지를 다 포함해야 하는 ‘집합적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본조사에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4명만 포함하고 이승만, 윤보선, 김영삼,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등 다른 6명의 대통령은 포함하지 않았다. 조사자가 어떤 기준으로 전직 대통령 4명만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이들 외 전직 대통령들에게 호감을 가진 응답자들은 애당초 선택을 할 수 없어 자신의 호감을 표현할 기회를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호감도를 물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질문 방식이 아니다. 미국이나 국내에서도 역대 대통령 평가조사가 많지만 전임과 현직을 같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특히 취임한 지 1년이 안 된 대통령과 이미 4년 혹은 그 이상 임기를 마친 대통령들과 함께 비교하여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비교는 현직 대통령의 현재 지지도나 호감도를 전직 대통령들의 동일 시점에서의 지지도나 호감도와 비교해 묻는 게 일반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취임 100일, 6개월, 1년 등 재임기간에 따라 지지도나 호감도를 상호 비교한다.

여론조사는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게 되고 더 나쁜 것은 이런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돼 많은 이에게 잘못된 지식으로 인용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생산하도록 여론조사기관이 먼저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지만 정보 유통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은 옥석을 잘 구별하여 고품질의 여론조사만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