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럽순방 뒷이야기 공개
“제 프랑스어 실력의 비결요? 벨기에 만화 ‘탱탱의 모험’ 덕분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 기간 중 벨기에 필리프 국왕과의 만찬 자리에서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필리프 국왕이 매우 흥미로워하며 “탱탱의 모험 만화 전집을 다 보셨는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전집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탱탱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은 벨기에의 만화 작가 에르제가 프랑스어로 연재한, 탐방기자 탱탱과 그의 개 밀루(Milou)의 세계 모험 이야기.
청와대는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번 순방 기간 중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 공개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에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몇 살 때부터 하게 되었는지도 물었다. 박 대통령이 “22세에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여왕은 “나도 25세 때 선왕이 돌아가셔서 여왕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국의 조선업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박 대통령은 웨섹스 백작(여왕의 3남)이 한국의 조선업을 칭찬하자 “오래전 한국 기업인(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영국에 조선업의 차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이며 ‘우리 민족은 오래전 거북선도 건조한 민족’이라 했다더라”고 소개했다. 또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하며 “배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왕실 측은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위해 올여름부터 박 대통령이 머물 버킹엄궁의 벨지안 스위트를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박 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는 그가 왕실을 대표해 국빈 행사에 나선 첫 번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세손처럼 왕실이 모범을 보이기 때문에 영국 국민이 왕실을 더욱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엘리오 디뤼포 벨기에 총리 역시 박 대통령에게 “각양각색의 나비넥타이를 선물해 줘 고맙다”며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디뤼포 총리가 항상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다녀 일명 ‘미스터 나비(Monsieur Papillon)’라고 불리는 점에 착안해 ‘맞춤형 선물’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