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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휴대전화 벨마저 외면한 고독死 노인

입력 | 2013-11-11 03:00:00

죽음보다 무서웠던 외로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 달 반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단 두 번 울렸다. 그나마 모두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4일과 6일 전남 나주의 한 폐기물처리장에서 발견된 시신 일부의 지문감식 결과 숨진 사람은 최근 철거된 광주 서구 한 주택에 살던 세입자 유모 씨(67)로 밝혀졌다. 경찰은 가족 없이 홀로 살며 고엽제 후유증 등을 앓아온 유 씨가 6월 초순 ‘고독사(孤獨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유 씨의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기 위해 통화 기록, 계좌 확인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유 씨는 올 4월 21일 광주 서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스마트폰과 폴더폰을 한 대씩 개통했다. 그러나 숨지기 직전까지 40여 일간 두 번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를 걸었던 A 씨는 “잘못 건 전화여서 바로 끊었다”고 밝혔다. 유 씨의 집 전화에는 1년간 총 19통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역시 모두 광고성 전화이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로 경찰은 보고 있다. 통화시간은 모두 30초 이내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유 씨는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5월 29일 보훈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진료를 받았다. 그는 국가보훈처가 매달 지급하는 보상금 131만8000원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6월부터 돈을 찾지 않았고 통장에는 자동이체되는 통신비 등을 제외한 589만 원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미혼인 유 씨가 2008년부터 재개발로 철거 예정이었던 낡은 주택에서 홀로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집은 보증금 130만 원에 월세 5만 원이었다. 그는 형과 누나 등 친척을 20년간 만나지 않았고 3년 전부터는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 유 씨가 고독사한 뒤 4개월 후 철거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신이 일부 훼손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유 씨가 살던 동네에서 유입된 건축폐기물 1만5000t을 대상으로 나머지 시신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 씨가 전화를 걸 사람도, 전화를 할 지인도 없었던 것 같다”며 “집 전화가 있음에도 휴대전화를 2대나 개통한 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독사는 최근 증가 추세다. 지난달 부산 동래구 한 연립주택에서는 김모 씨(55)가, 9월에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택에서 김모 씨(67·여)가 백골상태로 발견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화장한 ‘무연고 사망자’는 2010년 647명, 2011년 737명, 지난해 810명이었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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