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무서웠던 외로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 달 반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단 두 번 울렸다. 그나마 모두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4일과 6일 전남 나주의 한 폐기물처리장에서 발견된 시신 일부의 지문감식 결과 숨진 사람은 최근 철거된 광주 서구 한 주택에 살던 세입자 유모 씨(67)로 밝혀졌다. 경찰은 가족 없이 홀로 살며 고엽제 후유증 등을 앓아온 유 씨가 6월 초순 ‘고독사(孤獨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유 씨의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기 위해 통화 기록, 계좌 확인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유 씨는 올 4월 21일 광주 서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스마트폰과 폴더폰을 한 대씩 개통했다. 그러나 숨지기 직전까지 40여 일간 두 번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를 걸었던 A 씨는 “잘못 건 전화여서 바로 끊었다”고 밝혔다. 유 씨의 집 전화에는 1년간 총 19통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역시 모두 광고성 전화이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로 경찰은 보고 있다. 통화시간은 모두 30초 이내였다.
경찰은 미혼인 유 씨가 2008년부터 재개발로 철거 예정이었던 낡은 주택에서 홀로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집은 보증금 130만 원에 월세 5만 원이었다. 그는 형과 누나 등 친척을 20년간 만나지 않았고 3년 전부터는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 유 씨가 고독사한 뒤 4개월 후 철거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신이 일부 훼손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유 씨가 살던 동네에서 유입된 건축폐기물 1만5000t을 대상으로 나머지 시신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 씨가 전화를 걸 사람도, 전화를 할 지인도 없었던 것 같다”며 “집 전화가 있음에도 휴대전화를 2대나 개통한 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독사는 최근 증가 추세다. 지난달 부산 동래구 한 연립주택에서는 김모 씨(55)가, 9월에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택에서 김모 씨(67·여)가 백골상태로 발견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화장한 ‘무연고 사망자’는 2010년 647명, 2011년 737명, 지난해 810명이었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