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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정부시스템 설계도 임기말 盧측이 가져갔다

입력 | 2013-11-11 03:00:00

36개 시스템 구성도-보안기술 포함
당시 靑, 정보진흥원에 사본 요구… 盧재단 “사업 진척 확인하려 받은것”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임기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한국정보사회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보관하고 있던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에서 사용하는 36개 국가 전자정부시스템의 설계도 및 시스템 구성도, 보안기술 등 관련 자료의 복사본을 제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10일 공개한 진흥원의 ‘전자정부로드맵 과제 산출물 제출’ 문건 등에 따르면 진흥원은 2008년 1월 21일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실의 요구에 따라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추진된 전자정부지원사업 116개 과제에 따른 36개 국가 전자정부시스템 설계도 등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 정부업무관리시스템(온나라), 외교정보전용망 등 정부 운영에 필요한 핵심 전자시스템이 망라돼 있다.

진흥원은 당초 ‘국가 보안’을 이유로 업무혁신비서관실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청와대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1월 초 업무혁신비서관실 관계자가 전화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진흥원은 “산출물 제출 시 전 국가시스템 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어 “공문으로 정식 요청할 경우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청와대는 같은 달 8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의 직인이 찍힌 ‘전자정부로드맵 과제 산출물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고 진흥원은 36개 전자정부시스템의 산출물을 외장하드에 담아 청와대로 넘겼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에 문의한 결과 진흥원이 청와대로 보냈다는 자료를 현재는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퇴임을 한 달 앞둔 청와대가 전자정부시스템의 설계도 등을 진흥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써 받은 이유와 해당 자료들에 대한 유출 여부, 현 소재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설계도 안에는 그 프로그램의 논리가 모두 들어있고 그 논리를 이해하게 되면 활용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임의 조작도 가능하다”면서 “현재 정부 체계는 대부분 전산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유통됐다면 국가 전자정부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기영 당시 업무혁신비서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재단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이 애착을 가졌던 전자정부 사업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받은 것”이라며 “진흥원 등에 남아있는 자료를 참고로 받았다면 굳이 청와대에 다시 남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전자정부로드맵 과제 산출물 :;

전자정부 지원사업은 정보화촉진기금 등을 통해 정부가 각 부처 및 기관의 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자는 과제에 따른 결과보고서와 단계별 산출물을 소관 부처와 정보화진흥원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산출물에는 프로그램 설계도뿐 아니라 해당 시스템의 분석 설계 구축 시험 장비 등 전 과정의 결과물이 포함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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