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여느 엄마의 일상처럼 행복하게 들렸다. 바로 전날 농구장 벤치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격려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두 얼굴의 주인공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1)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 우승 주역인 전 코치는 10일 춘천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접전 끝에 신한은행을 꺾고 첫 승을 거둔 뒤 하루 동안의 휴가를 얻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외동딸 수빈 양(9)과 3주 만에 만난 건 이날 오후 11시 무렵. "엄마 만날 생각에 잠도 안자고 기다리더라고요. 11일이 애 다니는 초등학교 추첨일이라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해 너무 잘 됐죠."
1998년 결혼한 전 코치는 2003년 임신 중에도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을 가르치다 왼쪽 새끼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15일은 전 코치의 생일이지만 이날 경기가 있어 파티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주말에 경기가 많아 휴가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 저녁 헤어지면 언제 다시 우리 딸 볼는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