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필터용 향캡슐 국산화’ KT&G-에이티랩 성공 스토리
7일 대전 유성구 신성동의 KT&G 제1공장에서 김광수 에이티랩 연구소장(가운데)과 KT&G 직원들이 건조한 향 캡슐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KT&G 제공
7일 찾은 대전 유성구 신성동 KT&G 제1공장에서는 향 캡슐 생산이 한창이었다. 양계장에서 달걀이 기다란 홈통에 모이듯 푸른빛이 도는 작은 구슬 모양의 향 캡슐이 컨베이어벨트로 떨어져 일사불란하게 건조기로 이동했다. 3∼5번의 건조과정을 거치면 향 캡슐이 완성된다.
향 캡슐은 향료와 천연오일 등을 조합한 원료를 이음선 없는 얇은 막으로 감싼 것으로, 담배 필터에 들어 있는 캡슐을 터뜨리면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말린 향 캡슐을 꼭 눌렀더니 터지면서 시원한 민트향을 내뿜었다. 캡슐 안에는 민트뿐 아니라 커피, 체리 등 다양한 향을 집어넣을 수 있다.
생산 과정을 지켜보던 이영택 KT&G 연구원장(56)은 “이 향 캡슐은 에이티랩의 향 캡슐 제조기술과 KT&G의 건조기술의 결정체”라며 “그동안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던 향 캡슐을 국산으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T&G는 이를 통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 kg당 18만9000원이던 것을 절반에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입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없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KT&G는 이 향 캡슐을 이달 말부터 ‘에쎄 체인지 1m’, ‘에쎄 체인지 4m’, ‘보헴 쿠바나 더블’, ‘레종 아이스 프레쏘’ 등 4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2006년 설립된 화장품 원료 개발업체인 에이티랩도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향 캡슐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김광수 에이티랩 연구소장(42)은 “직원 10명, 연매출 20억 원에 불과한 우리가 KT&G와 공동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회였다”며 “4억 원이 넘는 기술료를 받은 것 외에 공동 연구를 통해 수준 높은 기술과 노하우 등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설비를 확충할 예정이다. KT&G는 올해 50t으로 예상되는 향 캡슐 시장이 내년에는 70t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제1공장 옆에 제조 및 연구동을 짓고 있다. 에이티랩은 경기 수원에 있는 회사를 내년에는 더 넓은 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 연구원장은 “에이티랩과의 협업은 양측 모두에 윈윈이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을 갖춘 작은 기업들과 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