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의 지극한 교육열을 뜻하는 이 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치맛바람’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그런데 교육 사업이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영국에도 이런 용어가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한국은 유명 대학이나 중고교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반면, 영국은 세계적인 명문대가 런던 시외에 있고 명문 중고교도 지방에 흩어져 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가고 싶은 학교가 있을 땐 가족이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학생만 이동한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자립심을 키워주는 영국 교육의 특성이 드러난 사례다.
영국 초중고교 과정엔 ‘독립학교(Independent School)’로 불리며 ‘공립학교’와 비교되는 개념이 있다. 교육 행정기관의 감독과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재정과 교과과정으로 우수 학생을 유혹한다. 부모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이런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도 좀 더 잘 가르쳐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졸업자를 받아들이는 기업들의 발상도 창조적이다. 명문대 경제, 경영학과 출신이 런던 금융 중심지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계공학도는 수학 과목으로 논리력과 관찰력을 쌓았다고 보고 금융 분석가로 채용한다. 내가 만난 펀드매니저 상당수는 역사학과 전공이었다. 주식, 채권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가장 바람직한 공부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 같다. 주식 중개인 중엔 군인 출신, 미술 전공자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팀워크, 상상력으로 무장해 회사 매출, 수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창조경제’라는 저서가 영국 학자에 의해 처음 발간된 이유가 분명한 듯하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탈출해 ‘창조산업’을 제1과제로 중점 육성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재임 기간에 영국의 금융업, 서비스업, 문화사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