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일과 삶의 조화로운 리스타트, 시간선택제 일자리

입력 | 2013-11-12 03:00:00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이제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9%로 남성(72.3%)보다 크게 떨어진다. 20대에 취업했더라도 30대 이후 육아와 가사 부담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과 국가에 모두 손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만 올려도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9%포인트씩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해지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여성과 노인 인력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2100시간으로 세계 최장 수준인 한국에선 직장에 몰두하든가 직장을 그만두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기업들은 인력이 부족할 때나 남을 때나 똑같은 수의 직원을 끌고 가야 하니 고용을 꺼린다.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주말 공동 주최한 ‘2013 리스타트 잡페어’는 질 좋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경력 단절 여성과 은퇴한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장려하자는 취지였다. 110여 개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고 쌀쌀한 날씨에도 3만5000여 명의 구직자가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 여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시간이 주 15∼30시간으로 비교적 적지만 고용 상태도 안정적이고 임금·복지후생도 전일제(全日制)와 차이가 없다. 독일은 이 제도를 활성화해 고용률을 76.7%로 끌어올렸고 고령자와 여성의 취업률도 높였다. 네덜란드는 ‘근무시간에 의한 차별 금지법’에 힘입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절반이나 된다.

한국도 CJ 신세계 SK IBK기업은행 등 일부에서 도입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업에선 간접비용이 늘어난다며, 노동계는 새로운 유형의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뒤집어 보면 기업은 수요 변동에 맞춰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이 융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성공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