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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우진]산업용 전기요금 재조정… 서민엔 가스공급 늘리자

입력 | 2013-11-12 03:00:00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국은 탈원전과 함께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구성비)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발표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하여 그간의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을 크게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장점은 저렴한 발전비용과 친환경성이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부품납품 비리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

세계경제포럼이 2012년 작성한 한 보고서는 석유, 석탄 등을 사용하는 ‘과거에너지 시스템’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시장 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우리는 여기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장기적 목표로 삼되 그 중간단계에서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전 비중이 줄면 전력부족이 현실화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전력 부족의 근본원인은 과다한 전력수요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부족 문제는 원전 비중을 늘리는 것보다 적절한 수요관리정책이나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수요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상대가격이 낮음으로 인해 과도한 전기화가 진행되었고 전력다소비형 산업구조가 항구화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예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이는 다시 원전 및 석탄 화력발전소의 확장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환에너지인 전력의 가격이 1차 에너지인 석유나 천연가스의 가격보다 낮음으로 인해 겨울철에도 전력으로 난방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을 조정하면 결국은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있는데 다음의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상대가격을 조정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첫째, 산업용 전력가격부터 조정한다. 전력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놔둔 채 전력수요 조절 운운하는 것은 용량이 큰 동영상파일은 그대로 놔두고 작은 문서파일들만 지워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빈 공간을 늘리려는 것과 같다.

둘째, 전력가격을 조정하면서 저소득층에게는 천연가스의 복지를 제공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대비 에너지비용은 높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소득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취사와 난방이고 천연가스는 이 두 측면에서 전력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전력 가격이 싸다 보니 취사에 전기오븐을 사용하고 난방에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력 가격을 조정하면서 동시에 저소득층에게는 가스 복지를 제공해주고 농어촌에는 가스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훨씬 친서민적일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아름다운 강산을 깨끗이 사용한 후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책무가 있다. 현 세대의 비용편익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비용편익까지 고려한 에너지 믹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