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레이, 퍼즐 병, 1995년, 유리, 채색나무, 코르크, 34×9.5×9.5, 휘트니미술관 뉴욕
병 입구를 코르크 마개로 막은 것은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질식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투명한 유리병은 다른 사람의 고통마저도 쇼윈도의 마네킹을 바라보듯 구경거리로 삼는 비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병 속의 남자가 일상이라는 감옥을 탈출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에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두목,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긴 줄 끝에 묶여 있으니까요.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인간의 머릿속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하죠. 얼마를 썼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두니까 줄을 자를 수 없지요…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