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 윤석열 ‘정직’ 청구… 조영곤은 징계 제외
감찰본부는 외압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이유로 ‘확인 불가’ 결론을 내렸고 지시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윤 지청장이 이끌었던 수사팀 내부는 물론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찰의 주요 대상 중 하나는 지난달 15일 밤 윤 지청장이 조 지검장 집에 찾아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를 허가해 달라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감찰본부는 밤늦게 검사장의 결재를 받으려는 수사팀에 대해 “추가로 더 검토해 보자”고 말한 조 지검장의 지시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감찰본부는 이 과정에서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해 사실상 수사를 막았다는 윤 지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양쪽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조 지검장이 구체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는지 더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이어 조 지검장의 검토 지시가 있었는데도 수사팀이 추가 허가 없이 그 다음날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행위에 대해 지시를 어긴 것으로 봤다.
감찰본부는 공소장변경신청서를 법원에 내는 과정에서 조 지검장의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도 정식 보고 계통을 밟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윤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박 부팀장이 네 차례에 걸쳐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감찰본부는 명시적 승인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본부장은 “박 부장검사도 감찰조사에서 조 지검장에게 네 차례 보고한 건 맞지만 지검장의 명시적 허락 없이 공소장변경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열린 감찰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윤 지청장 등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거나 조 지검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는 이 때문에 일부 위원의 ‘소수 의견’을 최종보고서에 적시해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일부 소수 의견이 있어 이를 적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수의 의견은 윤 지청장과 박 부장검사를 징계하고, 조 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은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대검 감찰위의 발표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의혹 해소는 별로 되지 않고 ‘봉합’에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절차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지만 최소한 조 지검장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지검장은 대검이 감찰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사의를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이 징계를 둘러싼 조직 내 논란을 막으려고 사임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사표가 수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나 집단행동 분위기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10일 징계 철회를 요구한 김선규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검사의 글에 댓글이 4, 5개 정도 달렸을 뿐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극단까지 치닫는 것을 검사들 역시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