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현대사 한국외교의 산증인
고인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일본 주오대를 졸업했다. 1949년 국무총리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1951년 외무부에 입부했다. 이후 외무부 의전국장, 외무부 차관, 주유엔 대사,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981년과 1985년에는 민정당 전국구 의원에 당선돼 11,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를 나온 뒤에도 국토통일원 장관, 주미 한국대사, 한국외교협회장을 맡았다.
특히 고인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5년 외무부 장관에 임명돼 1980년까지 약 5년간 17대 외무부 장관을 지내며 격동의 한국 현대외교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88년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던 고인은 정부로부터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옛 소련 붕괴 등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 3년간 주미대사를 맡아 한미 관계 증진에 힘썼다.
고인은 대표적인 미국 공화당통으로 손꼽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2001년)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한 것에 대해 당시 본보 인터뷰에서 “그런 직설적 표현은 공화당 체질로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한국 정부)가 너무 야단스럽다”며 “외교의 시작은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족으로는 현민(玄民) 유진오 선생의 딸인 부인 유충숙 여사, 아들 태선 씨, 딸 숙경 혜경 승완 씨, 사위 김등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 8시. 외교부는 고인의 장례를 외교부장(葬)으로 치르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