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는 코트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지만(오른쪽 사진) 가정으로 돌아오면 평범한 엄마로 변신한다. 왼쪽은 올해 9월 딸 수빈 양과 한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 전주원 코치·WKBL 제공
두 얼굴의 주인공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1)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 우승의 주역인 전 코치는 10일 춘천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접전 끝에 신한은행을 꺾고 첫 승을 거둔 뒤 하루 동안의 휴가를 얻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외동딸 수빈 양(9)과 3주 만에 만난 건 이날 오후 11시 무렵. “엄마 만날 생각에 잠도 안 자고 기다리더라고요. 11일이 애 다니는 초등학교 추첨일이라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해 정말 잘됐죠.”
우리은행 체육관이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과 전 코치의 집은 안 막히면 차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전 코치는 “선수들이 합숙하는데 코치만 집에 갈 수는 없다. 올 시즌에는 위성우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셔서 책임감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전 코치에게도 쉽지 않다. “학교 행사에 엄마 오면 안 되느냐고 하는데 미안하다고 하거나 혼자 엄마 보고 싶어 조용히 집에서 운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파요. 다행히 어느새 커서 이해해 줘 기특해요. 지난 주말 시아버님께서 아빠랑 엄마 보고 오라고 했더니 엄마 바쁠 텐데 안 된다고 말했데요.” 전 코치는 시즌 동안 집에 거의 못 들어가기에 딸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운다. 전 코치는 “엄마라는 이유로 팀에서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똑같은 코치일 뿐이다. 다만 그동안 나 하나뿐이던 여자 코치가 올 시즌 5명으로 늘었다. 혼자 받던 부담감을 덜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