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전차 등 무기 부품 성적서도 위조

34개 납품업체서 125건 불법 적발

총 125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군수업체 34개가 군 당국에 적발됐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 13만6844개의 부품 및 원자재류와 관련해 제출된 공인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 34개 업체를 7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기품원에 따르면 125건 중 전차, 자주포, 헬기 등 무기나 군용 장비에 쓰이는 부품류를 제작하는 협력업체의 원자재 시험성적서 위·변조 건수가 23개 업체에 걸쳐 모두 103건에 이르렀다. 또 기타식품 및 피복류 관련 위·변조가 11개 업체, 22건이었다. 이 중에는 K-9 자주포, K-1 전차 등 한국군 주요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있었다.

군수품에 대한 시험 분석은 일반적으로 △업체 시험시설을 이용한 검사 △공인 시험기관에 의뢰 △특수 시험기관에 의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기품원이 직접 참여하는 업체 시험시설을 이용한 검사와 국방과학연구소(ADD) 같은 군 시설 안에서 이뤄지는 특수 시험기관 의뢰는 검사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공인 시험기관에 의뢰해 진행되는 품목 시험은 의뢰 업체와 시험 기관 사이에만 자료가 오갈 뿐 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공인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일부 항목을 임의로 변조하거나, 과거에 발행한 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부적합 군수품을 납품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기품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에 대한 품질 관리를 계약업체에 위임해 왔던 관행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품원은 해당 업체들에 대한 법적 고발 조치와 함께 손해 배상 청구, 부당 업체 제재 및 입찰 배제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무기는 작은 오류만으로도 큰 이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 범위를 ‘최근 5년’의 납품 물량까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