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액 너무 많아 이적 어려워日은 팀내 연봉 10위까지만 보상, 美는 퀄리파잉오퍼 없으면 자유
직장인 A 씨는 최근 경쟁 업체로 이직을 결심했다.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는 이미 연봉을 많이 올려줄 수 없다고 한 상황. 반면 사람이 모자란 경쟁 업체는 ‘원하는 대로 줄 테니 오기만 해 달라’고 했다. 이직 소식을 들은 인사팀장은 A 씨를 찾아 ‘이직은 자유다. 그 대신 그 회사에서 A 씨가 올해 받던 연봉의 3배를 주든지 연봉 2배와 사람 1명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직업인 이들이 직장을 옮기려면 이런 콩트 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한 구단은 ‘전년도 연봉의 300%’ 또는 ‘연봉 200%와 보호 선수 20명을 제외한 선수 1명’을 전 소속 구단에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이라는 표현 뒤에 숨어 있는 구속 조항이다.
물론 무한 경쟁 구도인 취업 시장과 선택받은 소수의 인재만 소수의 구단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FA 시장은 구조가 다르다. 문제는 규정이 선수 실력에 관계없이 일률적이라는 데 있다. 최근 5년간 ‘모든 팀과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선수 115명 중 48.6%(56명)만이 이 권리를 사용했다. 시장에 나가도 높은 보상 조건 때문에 어떤 팀에서도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선수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신시내티에서 추신수(31)에게 제안한 퀄리파잉오퍼(Qualifying Offer)가 등급제 기준이다. 이 제안을 받은 선수(올해는 13명)만 ‘보상이 필요한 FA’가 된다. 이때 보상은 신인선수 지명권이다. 나머지 선수는 자유롭게 어떤 팀하고든 계약할 수 있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두 제도를 그대로 따라하라는 건 무리다. KBO 역시 2011년 FA 보상 조건을 현재처럼 재조정하며 선수들의 권리 보장에 나섰다. 그러나 감독들이 늘 ‘선수가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라면 여전히 손볼 구석이 남아 있는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