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뢰 무죄판결 받은 李 주장… 판결문-수사팀 발언과 비교해 보니
이 전 청장은 지난해 2월 대기발령 조치를 당하자 “결백을 입증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출근을 하지 못한 채 경찰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청장은 서울청장, 부산청장,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과 함께 경찰총수(치안총감) 바로 밑의 5개 치안정감 자리 중 하나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이 전 청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에 앞장서다 검찰에 미운털이 박혀 표적수사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보는 이 사건 1, 2, 3심 판결문과 10일 검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이 전 청장의 표적수사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확인해 봤다.
○ “검찰, 돈 줬다는 진술 제대로 검증 안 해”
일례로 검찰은 유 회장이 2008년 가을 자신의 집무실에 온 이 전 청장에게 서울 송파경찰서에 접수된 민원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그해 11월 유 회장은 부정대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유 회장은 법정에서 “당시 그다지 중요한 민원이 아니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구체적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망이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유 회장이 급히 처리할 필요도 없는 민원 때문에 고위 공직자에게 거액을 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유 회장은 또 2010년 가을 이 전 청장의 집 앞에서 500만 원을 줬다고 여러 번 진술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아파트 자동차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전 청장 집에 간 시기가 2011년 4월로 확인되자 “이전 진술은 착각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이 유 회장의 진술을 입증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재판부는 “유 회장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사건을 마음대로 재구성한 뒤 내용을 끼워 맞추고 있다”며 이 혐의도 기각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11일 본보에 “유 회장 진술에만 의존한 건 아니고 기타 여러 증거와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 대해 검찰은 “유 회장의 부하 직원들이 회장실에 자주 드나들던 사람들을 진술했기 때문에 그것을 추궁해 역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 회장이 이 전 청장에게 돈을 줬다는 다른 직원들의 진술은 유 회장 진술이 반복된 것일 뿐 증거 가치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전 청장은 또 “유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에서 측근에게 ‘후배한테 뇌물을 줬다고 거짓 진술을 해 괴롭다’는 심경을 털어놓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이 전 청장 측 변호인이 당시 발언 내용을 물어보자 “그런 말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변호인이 “구치감 내부를 찍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자”고 하자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을 바꿨다.
재판부는 “유 회장 등이 자신의 죄를 은폐하거나 수사상의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종기 전 태백시장 측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비슷한 사유로 기각했다. 무죄 결과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은 맞지만 이 전 청장을 표적수사하거나 수사권 독립 문제로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기소 검사였던 윤대진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1팀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에 재직 중이다.
이은택 nabi@donga.com·신광영·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