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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조전혁의 전교조 빚 10억 원

입력 | 2013-11-12 03:00:00

2년전 전교조 명단 공개의 대가는 훈장이 아니라 가혹한 빚 지옥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금배지 달고 국회에서 전교조식 교육을 외치고,
전교조는 法外노조 돼도 반성 없이 오히려 對정부 전면전에 나섰다




배인준 주필

조전혁 명지대 교수가 2005년 동아일보에 게재한 칼럼 중에 1100년 전 최치원(崔致遠)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 빗대 쓴 ‘토전교조격문(討全敎組檄文)’이란 글이 있다.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교장을 집단적으로 위협하고, 학교 벽과 유리에 협박 구호나 낙서를 해대는 게 전교조의 민주인가. 학생들의 수업권은 팽개치고 툭하면 연가투쟁이나 벌이겠다는 게 또 전교조의 민주인가.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교육의 근원적 주체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정치적 집단적 개인적 이해관계에 희생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다.’

인천대 경제학 교수 시절이던 1990년대 말부터 조전혁은 신입생들의 일그러진 경제관 국가관에 놀랐고, 청소년에게 끼친 전교조 교육의 폐해에 충격을 받았다. 글을 통해, 시민운동을 통해 전교조의 정치화와 교육의 이념 오염을 막아내려 했던 그는 2008년 국회의원이 되고,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조전혁은 2010년 교원단체 가입교사 명단을 정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서울 중앙지법의 결정을 바탕으로 조 의원에게 명단을 제공했다. 전교조는 명단 제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 남부지법은 공개금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조전혁은 공개의 공익성이 프라이버시 및 노조단결권에 우선된다고 판단해 인터넷을 통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 몇 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어 게임용 대용량 서버로 바꿔야 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조전혁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5일간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대가는 컸다. 공개금지 결정을 어긴 데 따른 이행강제금이 하루 2000만 원×5일=1억 원이었다. 그리고 1, 2차에 걸쳐 전교조 교사 8193명이 1인당 10만 원씩 요구한 손해배상금이 총 8억1930만 원이었다. 일부는 대법원에, 일부는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1심 판결 이후 가압류는 시작되었다. 1심 이후 의원 세비 100%와 보유 중이던 예금 1500만 원, 현금 500만 원이 가압류되었다. 교수로 복직한 작년부터는 법에 따라 월급의 50%를 꼬박꼬박 가압류 당하고 있다.

그래봐야 손해배상금을 줄이기 어렵다. 손해배상금에 연간 20%의 가산금이 붙기 때문이다. 월급의 50%인 연간 3000만 원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이미 불어난 원금이 10억 원을 넘은 모양이다. 대법원이 8193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한다면 조전혁이 전교조에 물어야 할 빚은 해를 거듭하면서 불어날 것이다.

내 자식을 어떤 선생이 가르치는지 알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알권리에 부응했다고 해서 조전혁에게 1원 한 푼 금전적 이득이 돌아간 것도 아니다. 전교조를 바꿔보려던 ‘공익적 목적의 명단 공개’가 그에게 안긴 것은 빚 지옥일 뿐이다. 한 지식인이 대한민국 교육과 후세대의 장래를 걱정한 대가가 훈장이 아니라 가혹한 빚이라니….

조전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었던 당시의 전교조 위원장 정진후는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다. 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조전혁이 활동했던 바로 그 교육상임위를 배정받았고, 당적을 바꿔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로도 활약 중이다.

전교조는 명단 공개금지 같은 법의 보호가 필요할 때는 법 뒤에 숨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을 짓밟기 일쑤였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명령도 시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하순 전교조를 법외(法外)노조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전교조는 국내외 여론전을 비롯한 역공으로 정부를 이기려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런 전교조를 지켜보면서 조전혁은 “전교조 명단 공개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학부모 학생의 교육권을 지켜주기 위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일이었다고 지금도 믿습니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원 노사관계는 일반 노사관계와 달리 제삼자인 학생 학부모의 학습권·교육권 보호가 중요하다.

전교조가 조전혁하고만 악연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전교조가 많은 국민과 악연인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도 답답해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사건인 전교조 명단공개에도 도입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