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의-12월 4일 투표 예정
주민소환 투표를 놓고 2년간 진통을 거듭하던 전남 구례군이 다음 달 군수 직위 유지 여부를 묻는다. 주민소환 투표를 발의한 뒤 20일간 찬성과 반대 운동이 치열하게 펼쳐져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전남 구례군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4일 서기동 구례군수(64)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발의에 이어 25일 투표인 명부 확정, 다음 달 4일 주민소환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선관위가 투표를 발의하면 군수 직무가 정지돼 부군수가 권한을 대행한다. 구례 유권자는 전남에서 가장 적은 2만2000여 명. 이들 중 7200명 이상이 주민소환 투표에 참여해 과반의 찬성이 있으면 군수직을 잃는다. 그동안 제주지사, 경기 하남·과천시장, 강원 삼척시장 등 4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었지만 투표수가 미달됐다. 호남에서는 처음 실시되는 주민소환 투표다.
서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여부가 1년 11개월을 끈 것은 군수 측에서 투표 반대 행정소송을 두 차례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 군수는 2011년 7월 노인요양원 증축과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주민들은 같은 해 12월 주민소환 투표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 군수는 2012년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 군수 측은 무죄를 받자 ‘주민소환투표 이유가 없어졌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투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광주지법에 ‘투표하는 데 선거비용 3억여 원이 들어가고 여론이 분열된다’는 이유를 들어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11일 기각돼 투표가 결정됐다.
서 군수 측은 “지역 민심 분열을 우려해 주민소환 투표를 거부했지만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임하겠다”며 “주민소환 투표 발의 직후인 15일부터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또 “주민소환 투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주민소환 투표는 선거 전초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소환이 가결되면 6개월 정도 행정공백이 불가피하고 서 군수는 내년 선거서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소환이 부결되면 내년 선거에서 서 군수는 3선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민 김모 씨(49)는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구례가 주민소환 투표를 하면서 갈등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소환투표란=주민들이 자치단체의 행정처분·결정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투표를 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직위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것.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