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사태 책임 물어 R&D 임원 3명 경질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권문식 현대자동차 사장(연구개발본부장)과 김용칠 부사장(설계담당), 김상기 전무(전자기술센터장)가 일련의 품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박정길 전무(바디기술센터장)가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김헌수 상무(설계개선실장)가 바디기술센터장에 임명됐다. 박동일 이사(전자설계실장)가 상무로 승진하면서 전자기술센터장을 맡았다. 권 사장 후임은 정해지지 않아 양웅철 연구개발총괄담당 부회장이 당분간 겸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의 ‘품질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정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09년 제네시스가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중형 프리미엄 세단 부문 1위에 오르자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품질을 강조하는 정 회장은 대규모 리콜 사태 뒤 큰 위기를 겪은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새로운 콘셉트의 신차 개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회사의 기본은 품질이라는 정 회장의 의중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인사를 수시로 해왔지만 그룹 임직원들은 이번 인사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품질 경영의 핵심인 R&D 부문은 인력 보강과 함께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신상필벌이라는 메시지를 그룹 전체에 강하게 던진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인사 방향은 알 수 없지만 그룹 전체 임직원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