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추진에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 반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전지산업협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를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11일 정부에 전달했다.
이 법안은 휴대전화 업계가 보조금 지급 명세와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선 법안이 통과되면 판매량이 급감하고 영업비밀 침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일본 휴대전화 업계의 사례가 국내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07년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분리하는 규제를 담은 ‘모바일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07년 5200만 대 규모의 일본 휴대전화 시장은 이듬해 3800만 대로 27% 감소했다. 이후 다소 상승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도 4400만 대 수준으로 활성화 플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샤프, 후지쓰, 파나소닉, NEC, 소니 등 일본 휴대전화 시장 상위 5대 기업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2009년 2460만 대에서 지난해 1960만 대로 20% 이상 줄었다. NEC와 파나소닉은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국내 시장이 축소된 점도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팬택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팬택의 스마트폰 국내 매출 규모는 지난해 270만 대에서 올해는 180만 대로 37% 넘게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3분기(7∼9월) 세계 판매량 순위에서도 14위에서 15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400만 대에서 올해는 1150만 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은 국내 업계의 판매량 감소는 올해 초부터 방통위가 강력하게 시행한 보조금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올해 신규 수요는 2007년 이래 최저치가 될 것으로 휴대전화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5∼6%의 성장률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한국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2700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