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직장 관두고 불황의 출판계 투신한 안태민-박세진-이규승 대표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장르 문학 특성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신생 출판사 대표들. 이규승 온우주 대표(왼쪽)와 박세진 피니스아프리카에 대표는 자신들이 낸 책을 보여주며 “장르소설을 읽으면 진짜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공상과학(SF) 전문 출판사 불새의 대표 안태민 씨(36)는 공무원 출신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지만 몰리는 일을 처리하느라 휴일도 없이 일했다. 승진 욕심이 없는 그에게 일은 강제노역이었다. 그때 읽은 책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은하를 넘어서’였다. “소설 속에서 딸이 달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느냐고 아버지에게 묻자, 아버지는 ‘그건 네 문제가 아니냐’고 답합니다. 그때 울컥했습니다. 우주는 드넓고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추리 판타지소설 전문 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세진 대표(42)는 건축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다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그가 태양을 본 곳은 술집. 박 씨는 “거래처 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는데 아침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창밖에 뜬 해를 보며 술잔을 받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고 기억했다. SF와 판타지 분야의 국내 작품 출판에 주력하는 온우주의 이규승 대표(42)도 컴퓨터 기술자지만 좋아하는 책을 펴내고 싶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 대표는 “편집자로 오래 일한 출판사 대표는 인터넷 서점 MD(구매담당자) 앞에서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영업을 어려워하던데 영업을 오래한 내겐 오히려 신바람 나는 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온우주의 이 대표는 “철저히 독자 입장에 서서 독자들이 사고 싶은 책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시도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가 한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는 ‘1인 출판 특강’의 동문이기도 하다. 북스피어는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야베 미유키 같은 특정 추리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펴내고 있다. 김 대표는 “분야를 정해서 깊이 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해당 분야 독자들과 교감하는 전문 출판사가 더 늘어나야 한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출판인이 늘어나면 출판시장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