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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말 많은 남자 굿… 어, 스포일러인가?”

입력 | 2013-11-13 03:00:00

21일 개봉 ‘결혼 전야’의 이연희




‘결혼 전야’ 네 커플의 연기 중 이연희의 감정 연기가 가장 섬세하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영화의 영상미도 뛰어나요. 감성도 눈도 호강하실 거예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카페에 마주앉자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이연희(25)의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하늘 코스모스 같은 가녀린 이미지의 그에게는 안 어울리는 색깔. 하지만 그가 영화 ‘결혼 전야’(21일 개봉)에서 맡은 역할은 이 매니큐어 색처럼 뜨겁다.

그가 맡은 역은 네일아티스트 소미. 영화에서 소미의 마음엔 갑작스러운 폭풍이 분다. 7년 사귄 남자친구 원철(옥택연)과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우연히 만난 만화가 경수(주지훈) 때문에 마음이 요동친다.

“쉽지 않은 결정이겠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는 게 정답 같아요. 결혼을 위해 결혼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위해 결혼해야죠.”

영화는 결혼을 앞두고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네 커플의 이야기다. 야구선수 태규(김강우)와 의사 주영(김효진)은 서로의 과거 때문에, 노총각 건호(마동석)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미녀 비카(구잘)는 건호의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위기를 맞는다. ‘파파걸’ 이라(고준희)와 ‘마마보이’ 대복(이희준)은 혼수와 종교 문제로 싸운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라는 이연희는 “말 많은 남자가 좋다”고 했다. “극중 택연 씨는 진중한 성격이고, 주지훈 선배는 수다스러워요. 저는 주위를 즐겁게 하는 남자가 좋아요. 어! 영화 결말의 힌트를 너무 많이 줬나요?”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년)을 비롯해 이번이 다섯 번째 영화인 그는 여성 감독과는 처음 작업했다. “여자 감독님이 더 어려웠어요. ‘컷’ 소리가 나면 남자 감독님들은 ‘그래, 좋다’라고 확실하게 말하세요. 그런데 홍 감독님은 ‘음, 나쁘지 않아’라고 하시는데, 제가 잘한 건지…. 장면마다 제 의상까지 꼼꼼히 챙기는 섬세함은 좋았어요.”

홍지영 감독은 이연희에게 ‘우리도 사랑일까’(2012년)를 보라고 했다. 캐나다 출신 세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는 “낡은 것도 예전에는 새것이었다”는 명대사로 기억되는 영화.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일상의 미세한 감정을 잘 그려낸 영화였어요. 보고 또 봤어요.”

그는 지난해 SBS ‘유령’과 올해 MBC ‘구가의 서’ 등 드라마로 더 친숙하다. “영화 현장에서는 여배우들이 더 대접 받잖아요. 그래서 (영화를) 더 하고 싶었어요. 근데 제게 맞는 역할이 없었어요. 청순가련형 캐릭터만 들어왔죠.”

2004년 KBS 드라마 ‘해신’에서 수애의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늘 ‘청순가련녀’였다. “배우가 확실한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이제 액션 영화도 하고 싶어요. 저 운동 잘해요. 학교 다닐 때 반 계주 대표로 여러 번 나갔어요. 100m 기록이 18초쯤. 너무 느린가요?”

닮고 싶은 배우를 묻자 캐리 멀리건과 내털리 포트먼을 꼽았다. “포트먼이 나온 ‘레옹’을 보면서 영화배우를 꿈꿨어요. 최민식 선배처럼 뜨거운 배우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 대신 일상의 소소한 감성을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커피나 베이커리 영화 만들면 제가 주인공으로 딱인데….”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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