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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학들 생존하려면 스스로 기업 수준 구조조정 해야

입력 | 2013-11-13 03:00:00


교육부가 2015년부터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1등급(최우수)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강제 감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대학 구조조정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위권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에서 5년 후면 대학입학 대상자가 대입정원보다 적어진다. 2018년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입학정원은 55만 명이지만 고교 졸업자는 54만 명이다. 2023년이면 고교 졸업자는 40만 명 밑으로 더 떨어진다.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을 상위 하위 최하위 등 3등급으로 나누고 3년간 3등급(최하위)을 벗어나지 못한 대학은 퇴출시키고 있다. 2008년 이 제도 시행 이후 퇴출당한 대학은 전체 340여 개 대학 중 6개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학 구조조정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부실 대학들은 정부의 ‘반값등록금’ 지원에 의지해 연명하려고 할 것이다.

1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차등 감축하는 것은 해당 대학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기부금 비중이 높은 미국 사립대와는 달리 등록금 의존도가 80%를 넘는 우리나라 대학들로선 정원 감축은 곧 등록금 수입 감소를 의미하고 대학의 존폐에도 영향을 준다. 4, 5등급 대학들은 일부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 대상에서도 빠진다. 이런 대학들이 퇴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신입생 가뭄으로 고민하는 미국 사립대학들은 합병, 교수 감축, 인근 대학과의 교수 공동 고용, 입학 등록률이 낮은 전공 폐지 같은 적극적 자구책을 쓰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구조개혁 촉진을 위해 학교법인을 해산할 경우 설립자가 자산의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퇴로(退路)를 열어줄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안은 국회에서 몇 년째 잠자고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학의 운명을 교육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자율성도 중요한 가치다. 대학들은 자율을 달라고 외치지만 말고 스스로 기업 수준에 버금가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학생 수요와 관계없는 전공을 만들고 교수들은 일주일에 두 과목 정도의 강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조차 편한 강의시간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자발적으로 통폐합하는 사립대도 나와야 대학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