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열린 수원지법 스케치
호송차량 올라타는 이석기… 보수단체는 “통진당 해체하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첫 공판이 1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공판이 끝난 뒤 이 의원이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이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보수단체 회원들은 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김재명 base@donga.com·홍진환 기자
오후 2시 110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2부 김정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 검사를 비롯해 검사 8명, 변호인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김칠준 심재환 변호사 등 공동변호인단 16명이 출석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피고인 7명도 모두 참석해 변호인석 옆에 앉았다. 이 의원은 흰색 드레스셔츠에 검은 양복 차림이었고 다른 피고인들도 양복을 입었다. 넥타이는 아무도 매지 않았다. 요즘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수의(囚衣) 대신 다른 복장을 택할 수 있다. 이들은 재판에 앞서 서로 악수를 나누거나 가족들을 보고 손을 흔들고 미소를 보이는 등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재판은 검찰의 기소요지 낭독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통해 100여 쪽의 공소장을 1시간 10분가량 읽었다. 검찰은 RO의 실체, 구성경위, 강령, 영도체계 등을 설명하고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고무 찬양 등 혐의 내용별로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자유민주체제를 전복하고 대한민국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끼친 범죄행위를 한 만큼 엄벌해 달라”고 마무리했다.
이어 공동변호인단은 이정희 대표가 대표 변론에 나서 “유신과 군부독재 이후 33년 만에 내란음모 사건이 재등장했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혐의를 반박했다. 이 대표는 2시간여에 걸쳐 파워포인트를 통해 5월 12일 RO 회합 녹취 내용 중 ‘이제 칼 가지고 다니지 마라, 총? 총?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일동 웃음)’는 대목의 육성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이런 모임이 과연 혁명을 계획하는 지하조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피의자 진술 기회를 얻은 이 의원은 10분 가까이 “단언컨대 내란을 음모한 사실이 없다”며 “저와 (통합)진보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지길 희망한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공소사실에 대해 “사건의 출발이자 종착점인 5월 12일 강연은 진보당 경기도당의 요청을 받아 한 것”이라며 “북이 남침했을 때 폭동을 일으키려 한 것이 공소요지인데, 오히려 북의 남침이 아닌 미국의 북침을 우려한 것으로 국가정보원 수사는 전제부터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판부에 “북 공작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령을 받은 적도 없는데 내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이 지령을 받아 수행한 것처럼 돼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 탈북자 출신 방청객 5명이 변호인단과 피고인들의 진술 과정에서 욕설과 함께 “못 들어 주겠다. 북으로 가서 한 달만 살아라.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2명은 퇴정당했고 3명은 법정 소란 혐의로 수원구치소 감치 3일 명령을 받았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