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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성접대 檢 무혐의 처분 억울”

입력 | 2013-11-13 03:00:00

피해여성 “법원에 재정신청 낼것”




검찰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52)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해 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에 대해 11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이 사건의 핵심 피해자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직접 기소를 신청하는 제도다.

피해여성 A 씨는 12일 본보 기자와 만나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성접대 여부는 거의 안 묻고 다른 피해자들과 말을 맞췄는지에 초점을 맞추더라”며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A 씨는 검찰 처분에 항의하기 위해 재정신청 외에 탄원서를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낼 계획이다. A 씨와의 인터뷰는 12일 새벽 3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A 씨는 광고모델과 연기자 일을 하다 20대 중반이던 2006년 여름 지인에게서 윤 씨를 소개받았다. A 씨는 “얼마 뒤 윤 씨가 나를 강원도 원주 별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신고하면 연예계 활동을 못하게 소문내고 너도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여성을 별장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이를 약점 잡아 성접대에 동원하는 수법은 다른 피해여성들도 공통적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윤 씨가 A 씨에게 유력인사 성접대를 상습적으로 강요하고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11일 이들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서 몇 가지 근거를 발표했는데 A 씨는 “실제 조사 내용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선 검찰은 윤 씨가 A 씨와 김 전 차관의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무단 촬영한 혐의에 대해 “A 씨가 해당 동영상 캡처 사진을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증거 확보에 협조하지 않아 성접대가 실제 있었는지, 이를 강제로 촬영했는지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A 씨에 따르면 윤 씨가 촬영한 뒤 협박용으로 A 씨의 휴대전화에 보낸 캡처 사진이다.

A 씨는 “경찰 조사 때 해당 사진을 이미 지워버렸다고 얘기했고 애초에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사진을) 제출하겠다고 한 적이 없고 검찰에서 제출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동생이 윤 씨에게서 이 사진을 받은 시기는 내가 윤 씨와 연락을 끊은 2008년 초이며 몇 년 보관하다가 2011년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이 사진이 들통 나 파혼이 됐고 그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 더이상 나쁜 기억에 묶여 있고 싶지 않아 사진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도 바꿨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A 씨 조사 과정에서 이 사진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대신 사진을 봤다는 A 씨 동생과 속기사(2008년 윤 씨와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A 씨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피해 내용을 털어놓았던 인물)의 증언을 확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 씨가 사진을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또 A 씨가 윤 씨와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경제적인 피해만 주장하고 강간이나 성접대 강요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윤 씨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씨는 “윤 씨가 나를 횡령으로 고소하려 했을 때 대응책을 알아보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에게 피해 내용을 e메일로 보냈다”고 반박했다. 본보가 A 씨에게서 해당 e메일을 전송받아 확인한 결과 피해 내용이 여러 군데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해당 e메일을 압수수색해 확인했는데 상습적으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올 8월 검찰에서 10시간가량 조사받는 동안 핵심적 사안에 대한 질문은 거의 받지 않았다. 윤 씨에게 어떤 경제적 도움을 받았는지, 다른 피해여성과 연락을 하는지 등 본질과 거리가 먼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8월 검찰 조사 때 피해 내용을 제대로 진술할 기회가 없었다고 느끼고 담당 검사에게 윤 씨의 강요로 피해를 본 정황을 자세히 설명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검찰은 “A 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다른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취재팀은 A 씨 주장에 대한 김 전 차관 측 반론을 듣기 위해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받은 적도 없으며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여성들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신광영 neo@donga.com·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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