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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죽어가면서도… 우는 딸 품은 母情

입력 | 2013-11-13 03:00:00


5남매를 둔 주부 김모 씨(36)는 1년 전 자녀를 키우기 위해 전남 구례군에 24시간 편의점을 열었다. 11일 오전 6시 김 씨는 생후 8개월 된 막내딸을 업고 집을 나와 편의점에 도착했다. 밤새 편의점을 지킨 남편(36)이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 김 씨는 남편을 보낸 뒤 막내딸을 편의점 계산대 밑에 이불을 깔아 재우고 재고물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전 6시 15분경, 편의점에 장모 씨(29·무직)가 들어왔다. 손님인 줄 알았던 장 씨가 갑자기 김 씨의 멱살을 잡았다.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흉기가 들려 있었다. 장 씨는 편의점 폐쇄회로(CC)TV와 소형 금고가 있는 3m² 넓이의 내실로 김 씨를 끌고 갔다. 금고 안에 있는 현금 370여만 원을 노린 것.

키 175cm, 몸무게 90kg의 건장한 체격인 장 씨는 키 155cm에 불과한 김 씨를 힘으로 밀어붙이고는 흉기로 옆구리 등을 두 차례 찔렀다. 이때 농아인 손님 A 씨(46)가 편의점에 들어와 음료수를 한 병 고른 뒤 계산을 하기 위해 주인을 찾았다.

김 씨는 그 순간 멱살이 잡힌 채로 온 힘을 다해 내실을 빠져나왔다. 따라 나온 장 씨는 김 씨를 거세게 계산대로 밀쳤다. 그 충격으로 편의점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난장판이 됐다. 계산대 아래에 잠들어 있던 막내딸이 울기 시작했다.

흉기에 찔린 김 씨는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힘겹게 계산대 밑으로 기어갔다. 그러곤 울고 있는 막내딸을 품안 깊숙이 안고는 주저앉았다. 괴한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려는 모정(母情)의 마지막 힘을 다 쏟은 것이다. 장 씨는 편의점 밖으로 달아났다.

오전 6시 30분경 A 씨의 신고를 받은 형사들이, 3분 뒤 119구급대가 편의점에 각각 도착했을 때 김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7시 반 숨을 거뒀다. 구례경찰서는 사건 발생 한 시간 만에 지인의 집에 숨어 있던 장 씨를 검거했다. 그는 전과 7범으로 상습 폭력을 일삼아 온 요주의 인물이었다.

12일 구례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씨의 빈소를 지키던 시아버지 이모 씨(67)는 “며느리가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막내딸을 걱정했다더라”며 통곡했다. 아기는 엄마의 죽음을 모른 채 새록새록 잠들어 있었다.

구례=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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