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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日 견제-내치 안정” 안보 컨트롤타워 만든다

입력 | 2013-11-13 03:00:00

“2020년까지 개혁 심화 완수”
사법권 독립-소유제 강화 명시… 정치개혁은 뚜렷한 변화 없어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2일 막을 내리면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집권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냈다. 핵심은 △국가 안보를 종합 관리하는 범정부 전담 기관 설립 △정부의 힘을 빼고 시장의 역할을 증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 △사적 소유권 보장 강화로 요약된다.

이번 회의는 당초 경제 부문 자체에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독립적인 사법권 확보 등까지 포괄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권력 구조 개편 등 정치개혁에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중앙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공보(公報)에서 주변 국가가 특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이다. 국가안전위원회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1997년 미국 방문 때 국가안보회의(NSC)를 본 뒤 제안한 개념이다. 공안과 무장경찰 사법기관 국가안전부 외교부 등을 총괄하는 거대 조직 창설이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엔 국가 1인자에게 과도한 권력이 쏠린다는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에 다시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이 추진되는 건 아시아·태평양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의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가열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과 빈부 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 불만을 통제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와도 연결돼 있다. 아직까지 구성과 역할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국가안보 체제와 전략을 담당한다는 설명에 비춰 거대 조직으로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보는 이와 별도로 전면적 개혁의 심화를 위한 시간표를 2020년까지로 제시했다. 2020년은 중국이 목표로 하는 전면적 샤오캉(小康·여유 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수준) 사회 달성의 원년이다. 1인당 소득(국내총생산·GDP 기준)을 2010년(4433달러·약 475만 원)의 2배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국가 시스템과 각종 규범 및 제도를 현대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치주의 확립을 수위(首位)에 놓았다. 헌법과 법률의 권위를 지키고 사법권 독립, 인권 보장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조직과 개인은 모두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고, 권력을 제도의 새장 속에 가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법치 관련 논의가 초헌법 기구인 공산당의 권력 축소를 겨냥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베이징(北京)의 한 분석가는 “경제 측면에서 개혁·개방 심화의 일환으로 정부, 특히 지방정부의 시장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법치 개념을 빌려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경제체제 개혁이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하는 데 핵심이라고 밝힌 대목과도 맥을 같이한다.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축소시키며, 나아가 지방정부의 사법권을 중앙이 환수함으로써 중앙 주도의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방정부가 지역 내 사법기관의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개혁을 밀고 나갈 기구로 전담 영도소조(領導小組)도 둘 예정이다. 기존에 있는 외사(外事)영도소조 등으로 미뤄 최고지도부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적 소유권 보장 강화는 농민들이 경작권을 갖고 있는 집체(集體)토지를 농민들이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체토지 규정 변경은 2008년 제17기 3중전회 때 토지경작권 양도 및 매매를 허락한 후 재차 토지 부문에서 중대한 변화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관심을 끌어왔던 정치 개혁은 뚜렷한 방향성을 감지하기 어렵다. 정치권력의 뒤를 받치고 있는 국유기업 개혁도 현재로선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11일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추가)을 강조한 것은 현 지도부가 경제 부문에서는 적극적인 개혁을 원하지만 정치 부문에서는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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