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개혁 심화 완수” 사법권 독립-소유제 강화 명시… 정치개혁은 뚜렷한 변화 없어
이번 회의는 당초 경제 부문 자체에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독립적인 사법권 확보 등까지 포괄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권력 구조 개편 등 정치개혁에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중앙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공보(公報)에서 주변 국가가 특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이다. 국가안전위원회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1997년 미국 방문 때 국가안보회의(NSC)를 본 뒤 제안한 개념이다. 공안과 무장경찰 사법기관 국가안전부 외교부 등을 총괄하는 거대 조직 창설이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엔 국가 1인자에게 과도한 권력이 쏠린다는 반발로 무산됐다.
구체적으로는 법치주의 확립을 수위(首位)에 놓았다. 헌법과 법률의 권위를 지키고 사법권 독립, 인권 보장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조직과 개인은 모두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고, 권력을 제도의 새장 속에 가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법치 관련 논의가 초헌법 기구인 공산당의 권력 축소를 겨냥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베이징(北京)의 한 분석가는 “경제 측면에서 개혁·개방 심화의 일환으로 정부, 특히 지방정부의 시장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법치 개념을 빌려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경제체제 개혁이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하는 데 핵심이라고 밝힌 대목과도 맥을 같이한다.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축소시키며, 나아가 지방정부의 사법권을 중앙이 환수함으로써 중앙 주도의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방정부가 지역 내 사법기관의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개혁을 밀고 나갈 기구로 전담 영도소조(領導小組)도 둘 예정이다. 기존에 있는 외사(外事)영도소조 등으로 미뤄 최고지도부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심을 끌어왔던 정치 개혁은 뚜렷한 방향성을 감지하기 어렵다. 정치권력의 뒤를 받치고 있는 국유기업 개혁도 현재로선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11일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추가)을 강조한 것은 현 지도부가 경제 부문에서는 적극적인 개혁을 원하지만 정치 부문에서는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