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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김태윤, “영화사 찾아다닌 ‘용기’ 이젠 빛 볼까?”

입력 | 2013-11-13 10:50:07

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무엇이든 중요한 건 진심이다.

사람의 마음과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 ‘배우’를 선택한 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도 역시 그것이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연기자 김태윤(28)은 화려한 경력도, 눈길을 사로잡는 출중한 외모도 지니지 않았지만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할 줄 아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기 전부터 스스로 여러 영화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연기할 역할 없느냐”고 수소문했을 정도의 ‘강단’도 있다. 그런 자신을 향해 김태윤은 “아직은 잉여자원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는 김태윤이 스크린에 던진 출사표와도 같다. 앞서 ‘고지전’ ‘밀월도 가는 길’ 등 영화로 경험을 쌓았던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 고교생들이 만들어 낸 그들만의 세계에서 성장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태윤은 건강하고 솔직한 성격의 주인공 명호를 연기했다.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는 이 영화는 차근차근 스코어를 쌓고 있다. 더불어 김태윤도 하나 둘씩 팬들을 늘리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여성 팬들도 생겼다. 하하! 나에겐 고마운 충격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경험하는 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 가슴 벅차다.”


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김태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결심을 했다.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고 그는 돌이켰다.

“대학의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직접 내 길을 찾지 않으면 졸업한 뒤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절실했다.”

그 뒤 친구에게 프로필 사진을 부탁해 만든 ‘이력서’를 들고 숱한 영화사 사무실을 찾아다녔다. 김태윤은 “덕분에 웬만한 영화사의 위치는 머리 속에 저장돼 있다”며 웃었다.

기회는 스스로 찾는 이들에게 먼저 온다. 김태윤이 그 증거다.

영화에 이어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도 합류했다. 극중 서울 출신의 대학생 무리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역할. 비중이 적은 조연에 불과하지만 “매회 새로운 모습으로 에피소드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대8’ 가르마를 하고 나오는 엉뚱한 서울 학생이다. 영화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얘기로만 들었던 드라마 현장과는 다른 것 같다. 마치 함께 즐기는 분위기랄까. 누구 한 명이라도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끈끈한 힘이 있는 촬영장이다.”

김태윤은 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상 “더는 억눌려서 살기 싫다”고 했다.

물론 ‘아픈 과거’나 ‘상처’가 있는 건 아니다. 학창시절 부모의 뜻에 따라 큰 욕심 없이 바르게 살아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다.

“중학교 때까진 전교회장을 했다. 공부에도, 다른 일에도 큰 열정은 없었다. 한 마디로 재미없게 산 거지.(웃음)”

인생의 ‘반전’은 의외의 ‘장면’에서 맞았다.


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우연히 류시원, 최지우가 나오는 ‘진실’이란 드라마를 봤고, 두 배우가 놀이터에서 애틋하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김태윤은 당시를 기억하며 “가슴에 무언가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만든 좌우명이 ‘노력은 모든 걸 이룬다’였다.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사실 김태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필요한 기회를 스스로 찾은 건 절친한 선배인 연기자 김동욱의 영향이 컸다. 김태윤이 대학에 다닐 무렵, 김동욱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영화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찾으라고 충고해줬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난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방법조차 몰랐을 텐데, 나에게 형은 멘토와 다름없다.”

김태윤은 “도화지 같은 배우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연극무대에 설 때도, 영화 단역과 조연을 거칠 때도, 드라마에 출연하는 지금도, 그의 마음 한 켠은 “가슴 뜨겁게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차 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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