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무엇이든 중요한 건 진심이다.
사람의 마음과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 ‘배우’를 선택한 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도 역시 그것이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연기자 김태윤(28)은 화려한 경력도, 눈길을 사로잡는 출중한 외모도 지니지 않았지만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할 줄 아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는 김태윤이 스크린에 던진 출사표와도 같다. 앞서 ‘고지전’ ‘밀월도 가는 길’ 등 영화로 경험을 쌓았던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 고교생들이 만들어 낸 그들만의 세계에서 성장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태윤은 건강하고 솔직한 성격의 주인공 명호를 연기했다.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는 이 영화는 차근차근 스코어를 쌓고 있다. 더불어 김태윤도 하나 둘씩 팬들을 늘리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여성 팬들도 생겼다. 하하! 나에겐 고마운 충격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경험하는 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 가슴 벅차다.”
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김태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결심을 했다.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고 그는 돌이켰다.
그 뒤 친구에게 프로필 사진을 부탁해 만든 ‘이력서’를 들고 숱한 영화사 사무실을 찾아다녔다. 김태윤은 “덕분에 웬만한 영화사의 위치는 머리 속에 저장돼 있다”며 웃었다.
기회는 스스로 찾는 이들에게 먼저 온다. 김태윤이 그 증거다.
영화에 이어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도 합류했다. 극중 서울 출신의 대학생 무리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역할. 비중이 적은 조연에 불과하지만 “매회 새로운 모습으로 에피소드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대8’ 가르마를 하고 나오는 엉뚱한 서울 학생이다. 영화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얘기로만 들었던 드라마 현장과는 다른 것 같다. 마치 함께 즐기는 분위기랄까. 누구 한 명이라도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끈끈한 힘이 있는 촬영장이다.”
김태윤은 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상 “더는 억눌려서 살기 싫다”고 했다.
물론 ‘아픈 과거’나 ‘상처’가 있는 건 아니다. 학창시절 부모의 뜻에 따라 큰 욕심 없이 바르게 살아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다.
인생의 ‘반전’은 의외의 ‘장면’에서 맞았다.
배우 김태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우연히 류시원, 최지우가 나오는 ‘진실’이란 드라마를 봤고, 두 배우가 놀이터에서 애틋하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김태윤은 당시를 기억하며 “가슴에 무언가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만든 좌우명이 ‘노력은 모든 걸 이룬다’였다.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사실 김태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필요한 기회를 스스로 찾은 건 절친한 선배인 연기자 김동욱의 영향이 컸다. 김태윤이 대학에 다닐 무렵, 김동욱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영화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찾으라고 충고해줬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난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방법조차 몰랐을 텐데, 나에게 형은 멘토와 다름없다.”
김태윤은 “도화지 같은 배우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연극무대에 설 때도, 영화 단역과 조연을 거칠 때도, 드라마에 출연하는 지금도, 그의 마음 한 켠은 “가슴 뜨겁게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차 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