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평균 1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CEO들은 영업 실적이 나빠도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퇴직을 하면서 수십억 원대의 뭉텅이 돈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65곳(금융지주사 10곳, 은행 18곳, 금융투자사 12곳, 보험사 25곳)을 대상으로 성과보수 체계를 조사한 결과 금융지주사 CEO의 연평균 보수가 약 15억 원으로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이어 은행이 10억 원, 금융투자사 11억 원, 보험사 10억 원의 순이었다. 연평균 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고정급, 단기성과급, 장기성과급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금융사의 주먹구구식 성과평가 체계가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등은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계량 지표에 대해서는 성과 목표를 전년도 실적보다 낮게 설정하고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 지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식으로 CEO의 보수를 후하게 줬다. 현정은 현대증권 회장과 박종원 전 코리안리 대표는 각각 17억 원, 27억 원의 보수를 실적과 상관없는 고정급으로 받았다. 일부 회사에서는 보상위원회에 CEO가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평가 등급을 올려주는 일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보수 수준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만 보수 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은 확보돼야 한다”며 “불합리한 성과보수체계 개선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