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풍요속 빈곤

입력 | 2013-11-14 03:00:00

14일 부산에서 개막… 32개국 참가
역대 최대규모지만 국내 부스 줄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14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주최하는 지스타는 9회째를 맞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개국, 531개 게임회사가 참가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반 관람객 대상 전시관(B2C관)에 국내 게임회사들이 차린 부스는 크게 줄어 외국 게임들이 주도하는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엔씨소프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게임회사는 전시회에 내놓을 만한 신작이 없다며 이번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CJ E&M,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도 기업 대상 전시관(B2B관)에만 참가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게임회사들이 B2C관에 차린 부스는 총 989개로 지난해보다 194개 줄었다. 반면 외국 게임업체는 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관객몰이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202개)보다 많은 246개 부스를 차렸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는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100개 규모의 부스를 운영한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 대해 게임업계는 불황과 게임 규제라는 이중고(二重苦)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때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 불릴 정도로 강세를 보인 국산 게임들은 2, 3년 전부터 외국 게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임 전문 리서치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국내 PC방 온라인게임의 41.5%를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 게임은 65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게임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2위로 밀려났다. 이렇다 보니 국내 게임회사들이 내놓은 신작은 지난해 1444건으로 전년(2857건)보다 크게 줄었다.

게다가 최근 게임중독법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게임업계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올해 초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 크게 반발하는 것도 가뜩이나 불황에 빠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국내 게임회사는 아예 게임 규제가 거의 없는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국내 대형 게임회사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외국 기업이 점령한 상황에서 규제까지 더해지면 산업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지스타에서는 국내외 유명 게임업계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지스타 콘퍼런스’, 투자자와 소규모 게임 개발회사들이 만나는 ‘지스타 투자마켓’ 등이 처음으로 열린다. 15일에는 게임업체 구직자를 위한 채용박람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이며 하루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3000원이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