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3만원” 불법운전학원과 호객꾼들이 우리나라 운전교육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운전면허시험장 부근에서 몰래 활동하는 이들의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교통전문가들과 운전교육 현장에서는 경찰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지나치게 간소화된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동아DB
11. 불법학원 삐끼 극성…안전은 어디로?
면허시험장은 물론 경찰서 주변서도 호객
보조브레이크도 없는 차로 도로주행까지
사고 나도 나몰라라…성희롱 위험성마저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1일 운전면허시험장 주변에서 무등록 운전교습을 일삼아 온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박모 씨(55) 등 2명을 구속하고 민모 씨(60)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최근 6개월 동안만 700여 명으로부터 2억 7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교육생들은 운전전문학원 수강료의 절반 가격에 교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이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불법학원이 경찰청 지정 학원이라고 허위광고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불법 개조차량으로 교육…사고 나도 보험처리 불가
불법학원의 폐해는 고스란히 교육생들에게 돌아간다. 불법학원 운영자들은 하루 1시간씩 3일간 도로주행교육을 하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20∼40분 정도 교육을 해 수강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보조브레이크조차 장착하지 않은 일반 개인 승용차로 도로주행교육을 하는 불법학원도 많다.
일부 불법학원들은 교통사고를 대비해 보험금 1만원을 교습생에게 전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기다. 경찰에 따르면 무허가 운전교습에 사용되는 불법 개조차량은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불법학원 경우 불법강사의 여성 교육생에 대한 성희롱 문제마저 불거지고 있다.
● 불법학원 기승으로 죽어가는 운전전문학원들
인구감소, 운전면허 취득자 포화 등으로 교육생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운전면허시험이 지나치게 쉽다 보니 불법학원에서 부실한 교육을 받고도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학원 ‘삐끼’(호객꾼)들이 전국에서 가장 극성을 부리는 강남면허시험장 부근에 정식 허가를 받은 운전학원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은 불법학원의 심각한 폐해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교통전문가와 운전교육 관계자들은 “운전교육은 ‘면허’가 아닌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법학원 같은 곳에서 몇 시간 대충 교육을 받고도 쉽게 합격할 수 있는 면허시험제도는 결국 ‘면허를 따고도 운전을 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운전자를 양산하게 된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면허증이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가 8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면허증을 쉽게 딸 수 있게 되다 보니 매년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정책 시행 이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면허를 신규 취득한 초보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크게 늘었다. 1·2종 보통면허 소지자 중 운전경력 1년 미만자가 유발한 교통사고의 경우 1만1601건에서 간소화 이후 1만4400건으로 껑충 뛰었다. 연습면허 소지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15건이던 사고 건수가 211건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교통문화를 좀먹고 사고의 불씨를 퍼뜨리고 있는 불법학원들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지금보다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을 도외시한 채 면허증을 남발하다시피하고 있는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지금 이 순간도 운전면허시험장과 경찰서 주변에서는 “1시간에 O만원”을 속삭이며 교육생들을 유혹하는 호객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은 ‘앞으로’가 아닌 ‘뒤로’ 진격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