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아니나 다를까,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개에게 시험 삼아 말을 건네자 즉각 왼발을 내밀었다. 이를 보고 재미를 붙인 옆 사람이 “오른발!”이라고 명령을 내리자 이번에는 꼼짝도 안 했다. 이래서 낙제를 했나 싶어 주인을 바라보자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순간,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우리 일행은 어쩌면 이 개야말로 진짜 영리한 개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동료들은 지금쯤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도시에서 수고하고 있을 텐데 낙제한 덕분에 이 개는 공기 좋은 자연에서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 혹시 일부러 능청을 떨고 낙제한, 알고 보면 진짜 우수한 개가 아닐까?
얼마 전에 ‘사과의 기적’이란 책을 읽었다. 일본의 사과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 현에서 무공해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의 이야기였다. 그 책을 읽으며 알았지만 과수농사 가운데 사과 농사는 농약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한 농부가 실패를 거듭하다가 9년 만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공해 사과를 생산하는 불가능의 기적을 이뤘다. 성공의 비결을 물었을 때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로 살면 돼요. 난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자연이 하는 일을 옆에서 거들었을 뿐입니다.”
결국 사과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 농부가 진짜 바보일까? 자연 앞에서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겸허해졌을 때 농부는 해답을 얻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사과 한 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모르고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바보일까? 그 답을 모른다면 그 사람이 진짜 바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