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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왜 세계 최고인지 깨닫게 한 앙상블

입력 | 2013-11-14 03:00:00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내한공연 ★★★★




치밀하면서도 유려한 사운드를 들려준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1, 12일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풍성한 만찬을 차려냈다. 래틀 자신의 표현대로 다양한 맛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낸 프로그램이었다.

혼연일체가 된 현이 빚어내는 유려한 앙상블, 흠잡을 데 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금관과 목관의 소리는 베를린필이 왜 우리 시대 최고의 악단으로 꼽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마치 CD를 듣는 듯 사운드는 정교하고 매끈했으며, 음표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들려줬다. 최정상급 솔리스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베를린필 단원들의 합주는 세련미의 정수였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협연자로 나선 베를린필 악장 다이신 가지모토는 그 난해한 작품을 ‘손쉽게’ 연주해 감탄을 자아냈다. 래틀이 ‘김치 맛’이라고 칭했던 불레즈의 ‘노타시옹’은 래틀과 베를린필이었기에 살아 있는 음악일 수 있었다. 복잡한 구성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쉽지 않은 현대음악이었지만 그 형상을 완전하게 드러냈다.

악단의 기량 면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래틀의 해석을 두고는 음악애호가들의 호불호가 나뉘었다. 공연 첫째 날의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는 극단적으로 변화무쌍한 음악을 장악했다는 쪽과 스토리텔링 없이 음향과 볼륨만 통제했다는 의견이 갈렸다. 둘째 날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서는 세부적인 부분을 치밀하게 살리면서 작품의 구조를 구축해 갔다는 평도 있었고, 래틀의 색깔은 두드러졌지만 지나치게 평면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은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평이 확연히 갈리는 것은 래틀의 해석이 소위 독일적이거나 정통적이지 않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첼리비다케나 카라얀이 거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시대의 래틀과 베를린필이 만들어내는 시대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베를린필을 보려는 관객들로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는 오랜만에 북새통을 이뤘다. 첫날 공연에는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이틀간의 한국 무대를 마친 베를린필은 14∼20일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펼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