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내한공연 ★★★★
치밀하면서도 유려한 사운드를 들려준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혼연일체가 된 현이 빚어내는 유려한 앙상블, 흠잡을 데 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금관과 목관의 소리는 베를린필이 왜 우리 시대 최고의 악단으로 꼽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마치 CD를 듣는 듯 사운드는 정교하고 매끈했으며, 음표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들려줬다. 최정상급 솔리스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베를린필 단원들의 합주는 세련미의 정수였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협연자로 나선 베를린필 악장 다이신 가지모토는 그 난해한 작품을 ‘손쉽게’ 연주해 감탄을 자아냈다. 래틀이 ‘김치 맛’이라고 칭했던 불레즈의 ‘노타시옹’은 래틀과 베를린필이었기에 살아 있는 음악일 수 있었다. 복잡한 구성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쉽지 않은 현대음악이었지만 그 형상을 완전하게 드러냈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은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평이 확연히 갈리는 것은 래틀의 해석이 소위 독일적이거나 정통적이지 않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첼리비다케나 카라얀이 거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시대의 래틀과 베를린필이 만들어내는 시대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베를린필을 보려는 관객들로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는 오랜만에 북새통을 이뤘다. 첫날 공연에는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이틀간의 한국 무대를 마친 베를린필은 14∼20일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펼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