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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실력 있어도 이름값 없으면 텅텅 비는 콘서트홀

입력 | 2013-11-14 03:00:00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사진) 내한 공연(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기획한 공연기획사는 요즘 근심이 깊다. 리사이틀이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지금까지 팔린 티켓으로는 2500석 콘서트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게 생겼다. 코제나는 매력적인 음색으로 넓은 음역을 소화해 유럽 무대에서 호평받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5일 같은 공연장에서 독주회를 여는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도 사정이 비슷하다. 리시차는 화려한 기교와 넘치는 파워로 ‘건반 위의 여검투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에 이제껏 700여 석이 팔렸다. 기획사 측은 “팔린 티켓도 대부분 3층이나 가장자리 쪽이다. 1층 가운데 좌석들이 텅 빈 채 연주회를 할 수는 없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연주회 때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은 유료 관객은 500여 명에 불과했다. 객석이 텅텅 빈 가운데 연주를 이어가는 거장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빼어난 실력과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유독 고전하는 연주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음악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음반 산업이 쇠락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든다. 예전에는 CD를 통해 새로운 음악가를 접하는 일이 흔했지만, 이제는 새 음반 발매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미 알려진 ‘왕년의 스타’만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회는 매진이 됐다. 물론 랑랑도 뛰어난 연주자이지만, 실력만으로 공연장을 채울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