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같은 공연장에서 독주회를 여는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도 사정이 비슷하다. 리시차는 화려한 기교와 넘치는 파워로 ‘건반 위의 여검투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에 이제껏 700여 석이 팔렸다. 기획사 측은 “팔린 티켓도 대부분 3층이나 가장자리 쪽이다. 1층 가운데 좌석들이 텅 빈 채 연주회를 할 수는 없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연주회 때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은 유료 관객은 500여 명에 불과했다. 객석이 텅텅 빈 가운데 연주를 이어가는 거장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빼어난 실력과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유독 고전하는 연주회들이 종종 눈에 띈다.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회는 매진이 됐다. 물론 랑랑도 뛰어난 연주자이지만, 실력만으로 공연장을 채울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