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결혼전야’서 주연 도약 배우 마동석
“제가 지금 어두워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밝고 해피한 상태예요.” 전날 윤종빈 감독의 영화 ‘군도’ 촬영 후 과음을 했다는 마동석은 아침 인터뷰가 다소 힘겨워 보였다. 다만 ‘깨알’ 같은 유머는 잊지 않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해 개봉작이라는 것 말고 하나 더 있다. 배우 마동석(42)이 출연한 영화라는 것. 올 하반기 한국 영화는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 최근 그가 주연을 맡은 ‘더 파이브’와 ‘결혼전야’는 딱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담담했다. ‘충무로 대세’라고 치켜세우는 말에는 ‘뭘 또 그렇게까지’ 식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매년 영화 6, 7편씩 촬영해 왔다”고 했다.
마동석의 경력은 독특하다. 열여덟 살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식당 설거지부터 나이트클럽 문지기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대학(콜럼버스 스테이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체육을 전공한 후에는 트레이너 일을 하며 유명해졌다. 그는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 케빈 랜들맨의 개인 트레이너였으며 국내 배우 정우성, 조인성, 공유 등의 몸 관리도 맡았다. 배우로 데뷔한 건 서른 살이 넘어서였다.
“영화평론을 전공한 동생 도움을 받아 할리우드에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무모했죠. 주변 사람들은 ‘뜬금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배우는 어릴 적부터 꿔온 꿈이었어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외국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운동할 당시 체중이 110kg이었던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30kg을 줄였지만 이후 감독의 요구에 따라 몸무게를 늘렸다 빼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할 때 한창 몸을 키웠는데 다음 작품인 ‘비스티 보이즈’ 할 땐 6주 만에 17kg을 뺐어요. 최근에는 ‘뜨거운 안녕’에서 조폭 출신 뇌종양 환자 역을 맡아서 10kg 뺐고, 윤종빈 감독 ‘군도’ 촬영하느라 다시 찌웠죠. 살 뺄 땐 안 먹고 운동해요. 근데 요즘엔 찌우는 게 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마동석은 프로 레슬러의 삶을 그린 영화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처럼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운동 말고 10년 넘게 꾸준히 해온 일은 연기뿐”이라는 그에게 연기의 매력은 뭘까.
“고통을 즐긴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하다 보면 때로 힘들 때가 있지만 고통의 그 순간을 넘긴 뒤 오는 환희 같은 게 있어요. 그런 점에선 연기와 운동이 꽤 닮았네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