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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남침해도… “日, 한반도 진출할 이유 없다”

입력 | 2013-11-14 03:00:00

아미티지 前 美국무 부장관
“日, 미군기지 제공 역할 머물러야… 집단자위권 범위 한국에 설명 필요”




“설사 북한이 침공한다 해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 한미 동맹만으로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군기지 제공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6·25전쟁 때와 달리 해상자위대가 소해(기뢰 제거) 작전을 위해 한반도에 올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는 이유를 “공해에서 미군이 공격받아도 일본이 도울 수 없는 ‘일본 헌법상의 모호함’을 미일 동맹의 걸림돌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 행사 여부는 일본 정부가 선택할 문제이지만 한국의 우려가 큰 만큼 집단적 자위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지 일본이 직접 한국에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개정될 미일 상호방위지침에도 한국의 우려가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주변국 신뢰와 일본 국익의 상실을 고려할 때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에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의미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전범이 합사된 신사 참배에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서도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등 과거 정부의 입장을 승계해야 하며 위안부가 몇 명이었든 일본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 ‘아미티지 보고서’를 통해 미일 동맹 강화의 논리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장관을 지냈지만 그의 제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으로 사실상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정치컨설팅 업체인 ‘아미티지 인터내셔널’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과 중국이 국가안보회의(NSC) 설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과 일본 양국에 NSC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고 신속한 정보수집과 의사결정을 위해 두 나라 모두에 NSC를 설립하라고 자신이 권했다고 밝혔다. 그는 “NSC를 군비 확장의 전조로 볼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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