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1승 9패로 최하위에 처졌다. 당초 강호로 꼽히지는 않았어도 이 정도로 무너질 줄은 몰랐다. 비시즌 동안 준비가 어느 때보다 충실했고 전지훈련과 연습경기 내용도 괜찮았기에 팀 내부의 충격은 더 컸다. 주전들의 줄부상까지 겹쳐 8연패로 바닥을 헤맸던 삼성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승9패로 단독 8위에 올라 어느덧 중위권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의 반전에는 허술하기만 하던 수비와 리바운드가 강해진 것이 큰 힘이 됐다. 8연패 기간 삼성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72.5점이었던 반면 평균 실점은 82.3점으로 가장 나빴다. 3연승 기간 삼성은 경기당 평균 66.7점으로 득점력은 연패 때 보다 오히려 떨어졌지만 평균 실점도 55.7점까지 떨어뜨렸다. 단독 선두였던 SK와의 경기 때는 45점만을 내주는 짠물 수비가 위력을 떨쳤다. 8연패 기간 경기당 평균 31개였던 리바운드도 3연승 기간 때는 42개로 10개 이상 늘었다.
삼성이 상승 모드로 전환하게 된 데는 선수들이 단체로 머리까지 짧게 깎아가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절박한 각오로 나선 덕분이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리바운드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달려들고 궂은일부터 신경 쓰고 있다. 발가락 부상으로 못 뛰던 외국인 센터 마이클 더니건(203cm)이 연승이 시작된 9일 오리온스와의 경기부터 가세하면서 골밑이 다시 든든해졌다. 더니건 공백 속에 부담이 컸던 제스퍼 존슨도 한결 편하게 공격에 가담하게 됐다. 가드 라인을 책임지던 주장 김승현과 신인 박재현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지만 김동광 감독은 수비가 강한 김태주를 중용해 상대 가드를 압박하는 작전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나친 드리블로 흐름을 끊던 예전 플레이와 달리 삼성은 빠른 패스 위주의 전술로 공격 성공률을 높였다. 김동광 감독은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