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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인한]게임중독, 신중하게 접근을

입력 | 2013-11-15 03:00:00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게임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변화의 과정에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결여되어 있는 듯 보인다.

실제 게임으로 인한 가족이나 대인관계 문제, 학업 및 직업 문제 등 광범위한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생활에서 게임은 일상적 오락 활동이다. 일단 중독물질로 규정되어 관리되기 시작하면 정상적 범주의 게임마저 문제 행동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게임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게임이 4대 중독물질로 포함되었을 때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중독물질로 규정되고 치료가 제도화되면 실제 존재하고 있는 명백한 게임중독 행동을 확인하고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치료가 용이해질 것이다. 게임산업계는 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게임 개발과 확산에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다.

반면 정상적 범주의 게임 활동조차 잠재적인 정신질환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게임에 대한 낙인의 가능성과, 이로 인해 청소년을 포함한 게임의 주 소비층을 차별하게 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으며, 특히 성장궤도를 걷고 있는 게임산업 및 관련 문화산업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그런데 이 외에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게 되면 문제의 초점을 게임에 둠으로써 게임을 둘러싼 환경과 맥락을 간과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청소년이 게임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가족 유대의 부재, 학업 스트레스, 기타 여가활동의 부족 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지금과 같이 게임과 관련된 포괄적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공감 없이 일부 관련 전문가의 결정으로 규제와 관리가 진행된다면 게임으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있어서 자발적인 사회적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치료 기준을 정하는 일은 훨씬 더 신중함을 요구한다. 보다 더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 연구에 기반을 둔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게임중독은 실제 존재하는 문제이며, 따라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상황은 다소 급히 진행되는 듯 보인다. 더욱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게임’만이 아니라 게임을 포함한 ‘미디어 콘텐트’ 중독을 관리하려는 계획은 더욱 그러하다. 좀 더 차분한 논의와 심도 깊은 연구를 거쳐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 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