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란 생존비법은 뚝심… 포기말라”
주우식 전주페이퍼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청년취업준비생 7명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페이퍼 전주공장에서 도시락 토크를 마친 뒤 정원을 산책하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주우식 전주페이퍼 대표(54)는 14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귀빈식당에서 취업준비생 7명을 만나자마자 “미안하다”고 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1980년대 초 만해도 고도성장기여서 기업의 채용설명회에 가면 ‘차비’를 줄 정도로 취업예정자를 대우해 주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취업대란을 겪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네요.”
노타이에 경쾌한 콤비 차림의 주 대표는 “나에게 ‘노코멘트’는 없다”며 “요즘 유행하는 막장토크 식으로 ‘돌직구’ 질문을 던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도시락토크에는 진현수(23·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과), 박재성(21·상명대 경영학과), 이미림(24·제주대 영어영문학과), 최의재(23·원광대 기계자동차과), 고지혜(24·원광대 영어교육과), 김동모(25·전주대 회계세무과), 박진우 씨(25·전주대 경제학과)가 참석했다.
박진우 씨는 “원서를 100군데 넘게 써도 대부분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주 대표는 “요즘 세대가 많은 노력을 하지만 취업이 안 되는 건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며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정책의 최대 역점을 청년취업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지혜 씨가 “전주페이퍼에 어필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느냐”고 묻자 주 대표는 “기복이 크지 않은 장치산업인 제지업의 특성상 ‘반짝이기보다는 성실하고 선이 굵은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뛰어난 스펙을 갖춘 인재의 과잉공급시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열정과 헌신, 뚝심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의재 씨는 올해 인기를 모은 영화 ‘관상’을 예로 들면서 “대기업 면접에서 관상을 본다는데 전주페이퍼도 보느냐”고 질문했다. 주 대표는 자신도 한두 번 거리에서 관상을 본 적이 있지만 맞지 않는 것이 많아 면접에서 관상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주 대표는 조직구성원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각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CEO라는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선발 계획에 대해서는 “전주페이퍼는 전통한지의 본고장인 전주에서 50년 동안 뿌리 내린 제지업체다. 능력 있는 지방대생을 많이 뽑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재성 씨는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 대표는 “세상만사는 모두 다 연결돼 있다. 처음엔 넓고 깊게 인문학이나 외국어 등을 공부한 뒤 전문분야를 파고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주 대표는 이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10여 차례 전학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지만 그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여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법무담당관을 지냈으며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산은금융지주 임원을 역임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