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정철학 알리기보다 성과”… 매주 열던 수석비서관회의 줄여김기춘 경중 가린 압축보고도 영향
박근혜 대통령이 월요일마다 주재했던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는 걸로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에 이어 다음 주에도 대수비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이후 3주째 열리지 않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이번 주는 서유럽 순방 직후라, 다음 주는 시정연설 때문에 대수비를 열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수비의 횟수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후 박 대통령이 국정과 현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하고 챙겨왔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깨알 리더십에 변화가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매주 대수비를 통해 각종 비유와 에피소드를 곁들여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혀왔다. 이를 놓고 대통령이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원래 말을 많이 하고 회의를 자주 여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본래 자신의 스타일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신뢰와 업무스타일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실장이 들어온 이후 박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의 수와 양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일이 없도록 경중을 판단해 수석들의 보고를 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석들에게 “보고서를 A4 두 장 이상 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수비는 2주마다 주재하는 국무회의와 함께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기자간담회나 회견, 언론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는 박 대통령이 대수비마저 하지 않을 경우 국민과의 소통 기회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