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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공공기관 파티 끝났다”… 고강도 개혁 신호탄?

입력 | 2013-11-15 03:00:00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이례적으로 거세게 질타하며 향후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국가경제의 부담요인이 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인 데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부로서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문제의 기관들 대규모 소집…이례적 질타

현 부총리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놓고 부총리의 당초 일정에 없던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부채가 많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12개 기관(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과다한 임금과 복리후생으로 비판을 받는 8개 기관(한국무역보험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합쳐 모두 20곳의 기관장이 불려나왔다. 현 정부 들어 이처럼 많은 공공기관장이 한꺼번에 소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현 부총리가 이들 앞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하고 기관장들은 숨죽인 채 이를 수첩에 메모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현 부총리는 “민간기업이었다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는 불고, 사업 구조조정도 수차례 있어야 할 상황”이라며 “기업이 위기의 순간으로 치닫는 상황에도 임직원들은 안정된 신분, 높은 보수, 복리후생을 누리며 각계의 공분을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아무리 지적해봤자 고쳐지는 게 없어 자괴감이 든다’고 한탄하고 언론은 공공기관을 ‘방만경영’ ‘비리’ ‘과잉복지’ 등의 단어와 세트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제 파티는 끝났으니 냉정히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9년 337조 원에서 2012년 493조 원으로 3년 만에 무려 150조 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23만4000명에서 25만4000명으로 2만 명이 늘고 기관장 평균 연봉도 1억3700만 원에서 1억6100만 원으로 17.5% 올랐다. 조직의 경영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임직원들은 임금인상과 숫자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이날 불려나온 기관들은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임금과 직원복지로 구설수에 오른 곳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연 수입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재무 상황인데도 고용을 세습하거나 비리 퇴직자에게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 “정부가 책임 떠넘긴다” 지적도

정부는 향후 추진할 공공부문 개혁의 시동을 걸기 위해 우선 이날 참석한 부채 상위 12개 공공기관에 대해 부채 규모와 발생 원인을 연말까지 모두 분석해 공개하고 사업조정,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이런 노력이 미진하면 다른 분야의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방만한 경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고위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관장 및 임원들의 보수부터 깎고 학자금 전액 지원, 고용세습 등 과다한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노조협약이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현 부총리는 “현 공공기관장 중 많은 사람이 새로 임명돼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공직자로서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앞으로 공공기관에 대해 A부터 Z까지 모두 살펴보고 정상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부총리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을 기관들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보금자리주택이나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공약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무리하게 억제하거나 무능한 정치인을 낙하산 기관장으로 내려보낸 것도 공공기관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꼽힌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부채는 대개 방만한 경영보다는 정부 시책을 따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결과”라며 “공공기관 부실화는 하루 이틀에 생긴 문제가 아닌 만큼 정말 누구 책임인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경영 행태를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정부가 인기영합적 정책을 수행하느라 공공기관 부채를 늘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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