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질주하는 경주마들. 이들의 이름을 짓는 것은 엄격한 마사회 규정 때문에 마주마다 애를 먹는 작업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 경마팬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마명 공모’ 행사가 열린다.
■ 한국마사회 ‘마명 짓기’ 공모전
고객들 아이디어를 작명 후보로 활용
올해는 마명에 ‘약어’ 활용 규정 신설
22일까지 접수…10명에 푸짐한 상품
경주마의 이름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이다. 마사회 규정상 같은 마명(馬名)이 허용되지 않고, 과거 활동한 경주마의 이름도 사후 5년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마명이 탄생하기도 한다. 유명인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없다 보니 ‘레이디고고’, ‘수퍼주니어’, ‘서방신기’ 등 재미있는 패러디 이름의 경주마가 등장했다. 원래 이름이 ‘붐(Boom)’인 외산마는 외자를 쓸 수 없는 규정때문에 ‘부움’이라는 한국식 마명을 갖게 됐다. 프랑스어로 ‘말’을 의미하는 ‘Cheval’을 활용해 미풍양속 규정을 통과한 ‘슈발브라운’도 경마팬들이 꼽는 재미있는 마명 중 하나다. 경주마의 이름을 보면 ‘총알공주’, ‘승리배달’처럼 속도나 힘, 승리를 강조하는 것이 많다. 또 ‘메니피’의 자마 ‘메니피매직’처럼 부마의 이름을 딴 합성어, ‘난공불락’과 같은 사자성어도 인기 높은 마명 스타일이다.
● 유명인 이름 금지…‘레이디 고고’ ‘서방신기’ 패러디 아이디어 반짝
또한 신준수 마주의 ‘갤러퍼’, 이종원 마주의 ‘번쩍’처럼 마주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돌림자를 넣기도 한다. 요즘은 유행어를 활용해 ‘살아있네’, ‘제일잘나가’ 등도 눈에 띠고, ‘마’(馬)자를 살린 ‘잡지마’, ‘너미드마’나 사람 호칭을 활용한 ‘아저씨’, ‘아줌마’, ‘조카사위’ 등도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마명 확보를 위해 경마팬들의 ‘작명 센스’를 빌린다. 22일까지 ‘2013 고객과 함께하는 마명 짓기’ 행사를 연다. 경주마들은 생후 1년이 지나면 한국마사회에 마명을 등록할 수 있는데, 이 때 고객 응모작을 작명 후보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름, 연락처, 응모 마명, 마명의 의미를 기재해 전용 이메일(horsenaming@gmail.com)로 1인당 2개까지 응모할 수 있다. 선정된 우수 마명 응모자 10명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30만원 등의 상품이 지급된다. 당선작은 27일 말혈통홈페이지(studbook.kra.co.kr)에 게시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