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승하려면 아버지가 되라
멜번·오길비 등 2세 얻은 후 우승과 인연
김형태는 아내 출산 한달 앞두고 우승 쾌거
필드에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좋은 일도 있고 기분 나쁜 일도 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황당한 일 때문에 우승을 놓치기도 한다. 2013년 시즌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한해는 필드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까.
2009년 메이저 대회 및 PGA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된 이후 처음 우승했거나 메이저 우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 같은 현상을 ‘기저귀 효과’라고 불렀다.
200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자크 존슨(미국)은 3개월 전 아이를 얻었고, 2008년 마스터스 우승자 트레버 멜먼(남아공) 역시 1년 전 아버지가 됐다고 소개했다. 또 제프 오길비(호주)는 첫 아들이 태어난 뒤 2006년 US오픈에서 우승했고, 둘째 아들을 얻은 뒤에는 2008년 WGC C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기저귀 효과’가 한국선수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김형태(36)는 8월 KPGA 선수권에서 3년 5개월의 침묵을 깨고 우승했다. 그는 우승 뒤 “아내 덕분에 우승했다”며 모든 공을 아내 변희진 씨에게 돌렸다. 알고 보니 당시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김형태를 뒷바라지 하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류현우(32)가 ‘기저귀 효과’를 경험했다. 그는 대기만성 골퍼다. 2002년 프로가 됐지만 정규투어에 올라온 건 2008년이다. 2009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했지만 그 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0년 미국 전지훈련 도중 아들을 얻게 됐다. 우승을 많이 하고 싶어 이름을 ‘다승’이라고 지었다.
3년 만에 꿈이 이뤄졌다.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해 소원을 풀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선수에게 심리적 격려와 책임감, 그리고 행복감을 안겨 줘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